'나 홀로 추석' 즐기는 혼추족 왜?…"개인주의·피로사회가 빚은 산물"
성인남녀 20% "혼추족 되겠다"…미혼남녀 70% "귀성 포기"
"젊은세대는 '소통'도 '스트레스'…해결보단 적응·조율해야"
- 최동현 기자,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조현기 기자 = "마음 편하게 혼자 쉬고 싶어서요"
올해 상반기 대기업 신입공채에 합격한 1년차 직장인 김모씨(30)는 추석 귀성을 포기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3년 넘는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어엿한 '직장인'이 됐으니 당당히 고향에 내려갈 법도 하지만 김씨는 "늘어지게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14일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2835명을 상대로 공동 설문한 결과 성인남녀 5명 중 1명은 이번 추석 연휴에 홀로 휴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는 '혼추족' 라이프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연휴를 보내지 않더라도 귀성을 포기한 미혼남녀도 6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혼추족이 급증하는 세태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세대가 친인척과의 소통을 '스트레스'로 느끼고 차라리 홀로 위안을 찾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인남녀 20% "혼추족 되겠다"…미혼남녀 70% "귀성 포기"
특히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나 혼자 추석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은 28.8%(816명)에 달했다.
'혼추족'은 아니지만 추석 연휴에 귀향하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70%에 육박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남녀 416명(남성 204명·여성212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67.1%(279명)가 '귀성길에 오르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성인남녀가 혼추족이 된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과거에는 결혼이나 취업 스트레스 등 귀성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했지만 이제는 명절 자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을 뿐이다.
이들이 혼추족을 택한 이유는 '친지들과의 만남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워서'가 39.4%로 가장 많았다. '혼자 쉬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이유도 21%를 차지했다.
젊은세대가 추구하는 '추석의 풍경'도 전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인남녀 2명 중 1명(54.6%)은 '쉼이 있고 여유로운' 추석을 보내고 싶다고 답했다. '혼자만의 자유로운 추석' 또는 '조용하고 한적한 추석'을 원하는 비율도 각각 26.7%, 25%를 차지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추석'을 원하는 응답자도 14%에 달했다.
◇"젊은세대는 '소통'도 '스트레스'…해결보단 적응·조율해야"
</strong>혼추족이 급격히 불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주의 강화와 스트레스 누적, 세대차이가 혼재돼 만들어진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사회구조와 문화가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르면서 기성세대와 젊은세대의 인식 격차도 벌어졌다. 동시에 디지털사회가 도래하면서 개인에게 쏠리는 정보량과 스트레스 역시 전례없이 과중해졌다. 만성적인 '피로사회'가 된 이유다.
젊은세대는 친인척과의 소통을 또 하나의 '피로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귀성길에 오르기보다 홀로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주의와 카톡, 영상통화와 같은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진 세대"라며 "동시에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도 바쁘고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진 세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직접 친인척을 만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세대에게 '결혼은 했느냐', '취업은 어떻게 되냐' 등 기성세대의 관심은 당혹감을 주기 쉽다"며 "차라리 명절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혼추족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혼행족(나 홀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도 타인과 어울리면서 겪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라며 "혼추족이 증가한 이유 역시 비슷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혼추족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해결 대상이 아닌 적응과 조율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혼추족의 증가는 사회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로 인식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며 "개인주의에 대한 추세와 가치관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곽 교수도 "앞으로도 혼추족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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