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피해 신고 400건 육박…尹 "의료공백 없게 모든 자원 총동원"(종합)

정부, 예비비 1285억 투입…병원, 병동축소·무급휴가
의대 증원 신청에 의대 교수 반발 이어져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진료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 '단기 무급 특별휴가 중단' 촉구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은 전공의 사직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2024.3.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김규빈 정지형 김민수 김기현 기자 =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16일째를 맞고 있는 의료 현장은 수술 연기 등에 따른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정부에 접수된 의료 피해 사례가 400건에 육박했다.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정부는 의료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병원도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등 대비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간부가 처음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정부에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신청한 대학의 결정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줄 사직이 이틀 연속 이어졌다.

◇정부, 1285억 예비비 의결…'경영악화' 병원, 간호사 무급휴가 실시

정부는 6일 국무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1285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심의·의결했다.

이번 예비비는 △비상 진료 인력 인건비 약 580억원 △지역 공공의료기관 연장 진료 지원비 393억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 응급의료기관 치료·지원 68억원 △공중보건의사‧군의관 파견 지원비 59억원 △일반병원 전원 환자 진료 추가 인센티브 40억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센터 진료 지원비 12억원 △1·2차 병원 전원 환자 구급차 이용료 지원 5억원 등이다.

정부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정부 예산을 직접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전공의들의 무더기 면허정지 절차를 밟고 있어 의료 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해외 의대 졸업자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 완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 의료 체계를 가동해야만 하는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고 반문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러한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3주 차를 맞아 수술과 환자가 줄어든 병원들은 경영 악화를 우려해 본격적인 대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은 수술 축소와 입원환자 감소 등으로 암 단기 병동 등 일부 병동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달 말부터 일부 과를 축소 및 통합 운영하고 제주대병원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을 통폐합하고 내과 중환자실 병상을 절반 이상 줄였다.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경영악화가 예상되자 일부 병원들은 무급 휴가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5일) 병동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1주일 단위 '단기 무급 특별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서울아산병원도 사무, 보건, 기술, 간호직 등 직원들에게 한 달 이내 무급휴가를 허용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경희의료원도 무급 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를 맞는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응급환자를 위한 침상이 놓여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은 전공의 사직 여파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간호사 등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2024.3.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의료 공백 사태 피해 388건…의대 교수 반발 지속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16일째를 맞아 의료 현장에선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건수는 2월 19일~3월 5일 오후 6시 기준 총 388건으로 집계됐다. 수술 지연이 29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료 취소 47건, 진료 거절 36건, 입원 지연 15건 등이다. 이밖에 의료 이용 불편으로 호소하는 상담도 413건 접수됐다.

대학가에서는 의대 증원 신청을 두고 일부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2명은 대학 측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보직 사직원을 제출했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과대학 학생 증원 수요 조사에 엉터리 수요 제출을 막지 못한 의료원 보직자는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전날 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보 등 행정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에 대한 첫 소환조사가 이뤄지면서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경찰 출석에 앞서 "정부의 강한 압박에 의사가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 운동"이라며 "정부가 자발적 포기의 의미를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게 고집을 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