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면허정지 임박, 전임의도 이탈…의료공백 커진다(종합)

전공의 7854명 불이행 확인서 징구…정부, 현장 점검 실시
의협 간부 소환조사…의료현장 "밀린 수술이 산더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각 병원 전공의 대표 및 대의원들이 20일 낮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2024.2.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5일부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과 사법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전공의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던 전임의마저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현장의 진료 대란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 29일 11시 기준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72%인 8945명으로 확인됐다.

◇전공의 7854명 무더기 면허정지 임박…의협 "돌이킬 수 없어" 반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8945명 중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아 불이행 확인서를 받은 전공의 수는 같은 날 기준 7854명이다.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복지부는 우선 병원 50곳에 대한 현장점검을 통해 전공의의 복귀 여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의견 진술을 들은 뒤 처분의 타당성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의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신속한 조치를 예고했다. 의료계는 고발 등 사법절차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면허정지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면 법적 대응, 검찰·경찰 소환 시 변호사 동행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사면허 정지로 경제적 손해를 볼 수도 있을 테니 회원 권익 차원에서의 지원책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며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가 행정처분을 내려 불이익을 받게 되는 순간, 모든 의사의 분노가 극에 달해 정부와 크게 싸울 수도 있다. 정부가 이쯤에서 멈추는 게 맞다"고 경고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3.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의협 간부 소환조사 이어 의대 정원 조사

정부는 동시에 대한의사협회 간부에 대한 소환조사와 각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조사를 실시하며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1일 의협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경찰은 6일 오전 10시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주 위원장을 비롯해 경찰의 소환조사를 통보받은 의협 전현직 간부는 5명이다. 이들은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업무방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또 3일 열린 의사 집회에 제약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첩보 수집 중이며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확인되거나 관계 당국의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즉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가 이날까지 전국 40개 대학에 증원 수요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전국 대학들이 증원 의사를 밝혔다.

연세대는 의대 증원을 신청하기로 확정하고 구체적 증원 규모를 논의 중 다른 서울 소재 대학들도 내부 논의를 거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광주 조선대는 현재 의과대학 정원 125명에 45명을 증원하기로 희망한다고 교육부에 신청할 예정이며 경북대도 현재 정원인 110명을 25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홍원화 총장이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북대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경북대 의과대학과 경북대 병원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기관이어서 저희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더 확실하게 누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전임의 이탈 움직임…밀린 수술만 산더미

전공의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를 맞은 지 14일째인 이날 의료 현장 곳곳에서는 수술 지연 등 의료 공백이 계속됐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수술실 간호사 A 씨는 "오늘 면허정지 절차 시작된다고 해서 걱정됐는데 다들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면서도 "밀린 수술만 지금 산더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 이탈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빅5(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로 불리는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은 수술을 50% 가까이 줄이고 교수와 전임의를 투입해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찮다.

빅5병원 한 관계자는 "일부 전임의가 사직서를 내거나 계약을 갱신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3월 초 계약 만료 전까지 (남아달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빅5 병원의 전임의 비율은 전체 의사의 16%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대학병원 등에서는 벌써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전임의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소속 전임의 66명의 계약은 종료됐고, 이날 자로 신규 임용 예정이던 신임 전임의 52명 중 21명이 계약 포기 의사를 병원 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대병원도 이달 신규 채용 예정이던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임용 포기서를 제출한 상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전임의 이탈에 대해 "환자 곁을 지켜주시기를 호소드린다"며 "정부는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반드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