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들 "증원 원점 재논의"…"자기 가족 아파도 이럴까" 눈살(종합)
의료계 "갑자기 2000명 늘리면…국민 부담↑·의료 수준↓우려"
경찰 3400여명 배치…주최측 3만명 추산 두고 설왕설래
- 김태환 기자, 박혜연 기자, 서상혁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박혜연 서상혁 임윤지 기자 = 전국 의사들이 3일 오후 여의도 일대에서 총궐기대회를 갖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단을 주장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부는 의료 개혁이란 이름으로 기습적인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발표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의료 미래 주역인 전공의와 의대생이 크게 분노해 의료 현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소중한 미래 자원이 조속히 제자리로 되돌아가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고, 의료 주역으로 살아가도록 우리 모두가 의대정원 증원을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공원 11·12번 출구부터 마포대교 남단까지 5~8개 차로 구간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시·도 지역 의사회를 비롯해 응급의학의사회 등 각 전공별 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그리고 의료인 가족들까지 참여했다.
◇의료계 "응급실 뺑뺑이 만든 장본인은 정부…의대 증원 중단하라"총궐기대회 1시간여를 앞두고 여의도 일대가 분주해졌다. 행사장에는 '강원도 의사회' '노원구 의사회' 등 집회 참가 의사들의 소속을 나타내는 깃발 수십여개가 세워지고 있다.
아침 일찍 지방에서 의사들을 단체로 태우고 출발한 버스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행사장 일대는 '의대정원 확대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등의 어깨띠를 두른 참석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집회로 마포대교남단에서 여의도환승센터 방향 4개 차로, 500m 구간이 통제돼 차량 정체와 시민 불편이 잇따랐다.
주최측인 의협 비대위는 이날 집회 참석자가 3만명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집회 시작 30분 뒤 참석 인원을 8500명에서 9000명 이하로 추산했다.
오후 2시 예정대로 집회가 시작됐다. 이형민 대한응급의사회 회장은 단상에 올라 의료계가 그간 필수의료의 개선을 위해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인 증원을 선택했다고 비난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려면 과밀화를 해결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면 된다. 지금껏 그걸 못한 것은 정부"라며 "소아과 오픈런이 문제가 아니라 중증소아환자 인프라 붕괴가 문제로 그것 또한 정부가 조장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까지도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70% 이상이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 복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면허정지와 경찰 고발 등 엄포를 놓고 지난달 29일까지 복귀를 명령했으나, 대부분 불응하고 있다.
특히 의협 비대위는 이날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즉각 중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료비 폭증이 불가피하고, 의료 질 저하와 교육 부실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은 "의사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진료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고 비필수의료에 비해 법적 부담까지 부담해야 하는 필수의료 특성을 감안할 때 증원으로 늘어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유입될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교육여건과 시설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를 2000명 증원한다면 국민에게 비용 부담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의료계 '강대강' 지속…경찰 3400여명 현장 배치·출국금지 대응이날 집회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날 집회로 인해 마포대교를 건너려는 차량들은 여의도 환승센터에서부터 가다서다를 반복해야만 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70대 남성 이모씨는 "근처 교회에 왔다가 너무 시끄러워서 나와봤다"며 "의사들도 자기 가족이 아프면 이렇게 나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80대 남성 황모씨는 "결국 밥그릇 챙기려 이러는 것 아니겠나"라며 "평소 의사를 존중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경찰은 집회 내 안전을 위해 기동대 54개 부대, 34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현장 지휘를 맡은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법을 지키면 집회를 보장하겠으나 불법에는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내 충돌 등 다른 신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청장은 "(최근) 의협 관계자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며 "관계자의 출석을 요구하고 (법무부에) 출국 금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처분 및 경찰 고발 등 의료계에 대한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김택우 의사협회 의대정원증원저지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 집행부 5명을 업무방해 교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이달 1일 용산구 의사협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오는 6일에는 관련자 소환조사를 진행한다.
정부는 오는 4일부터 미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등의 징계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오후 5시까지로 예정된 이날 총궐기대회는 1시간 20분 빠른 오후 3시 40분께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집회와 같은 시각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안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하고, 의사 집단행동 현황 등을 점검했다. 이번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의료개혁 과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회의에서 "전공의들에게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청년들로서 의료현장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 "이제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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