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폭풍전야…건대병원 12명·전남대병원 7명 복귀(종합)
정부, 전공의 대표 자택 찾아 복귀 명령…사법절차 위한 조치
의협 대표성 두고 충돌…강대강 대치 속 진료현장 절망적
-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진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통보한 '29일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두고도 강 대 강 대치는 이어졌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꿈쩍도 않고 있는 양상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 대표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전달했다. 그간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우편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나 폐문부재(집에 문이 닫혀 있어 집배원이 우편물을 주지 못한 경우)로 송달이 안 된 경우가 있어 해당 전공의 자택을 방문해 직접 전달을 시도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송달이 확실히 입증돼야 행정처분이나 고발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이를 확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미복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처분과 고발 등 사법절차 진행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법상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불응 시에는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의료인의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처분을 받으면 의사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복귀를 서두르는 전공의는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D-1' 빅5 전공의 복귀 미미…진료 대란 갈수록 태산
전공의 복귀와 관련해 소위 빅5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서는 변화가 없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면서 "1~2명 들어오면 1~2명이 사직하고 나가 (복귀) 움직임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건국대학교 병원의 경우 26일 전공의 12명이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고, 온라인상에 사직서 제출 등의 행동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소모임도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상황도 비슷하다. 광주·전남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조선대병원 복귀 전공의는 각각 7명, 제주대병원에서도 전공의 1명이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 영남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 중 복귀한 이는 아직 없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는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 추산 27일 오후 7시 기준 전국 주요 99개 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8% 수준인 9937명이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3.1%인 8992명으로 지난 26일보다 각각 28명, 53명이 증가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공백은 전임의들이 채우고 있지만, 이들의 계약이 이달 말로 끝나는 만큼 최악의 의료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실 "의협 대표성 의문" vs 의협 "내부 분열 조장"
상황은 악화일로인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채널은 먹통인 상태다.
정부는 그간 의대 증원 논의 과정에서 대화 상대였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표성에 의문을 나타내면서 협상 파트너의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도 가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우리도 애로를 느끼고 있는 게 의협이 의료계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접촉하면서 말을 들어보면 의협은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다"며 "큰 병원, 중소 병원, 전공의, 의대생, 교수 입장이 굉장히 결이 다른 부분도 있고 해서 대표성이 있는 기구나 구성원과 얘기가 돼야 책임 있게 실행할 텐데 각자 접촉 하는 방식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대표성 가진 구성원을 의료계에서 중지를 모아서 제안해주십사 요청하고 있는데 아직은 가시적인 합의를 이룬 것들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특히 전공의는 접촉 자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어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 자체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즉각 반박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라면서 "전공의,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회원으로 들어와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비상대책위원회"라며 "정부가 의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적인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 임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9일까지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벌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의료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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