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5년 내 사망률 50%’ 심부전 환자 살리는 LVAD 치료법이란
[인터뷰] 윤종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장이식 전 중간단계 혹은 대체할 수 있는 궁극적 치료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이 있다. 기계도 오래 쓰다 보면 자연스레 하나둘 고장이 생기듯 우리 몸도 같은 이치다. 특히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은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노인성 심장질환인 심부전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심부전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5만8917명으로 2017년(12만3928명) 대비 약 28% 증가했는데,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서 입원과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80세 이상 유병률은 전체 유병률의 약 15배에 이른다.
문제는 심부전을 진단 받은 환자 4명 중 1명이 1년 내에 사망하고, 2명 중 1명이 5년 내에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심부전을 진단받은 후에도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게 해줄 치료법은 없는지, 윤종찬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심부전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심부전은 무엇인가.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적 혹은 구조적 이상으로 인해 심장이 충분한 혈액을 몸 전체에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하면 심장 기능이 저하돼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우리나라는 식습관의 서구화, 신체활동 부족 등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의 증가와 고령화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심부전의 선행 질환인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심방세동 △심장판막질환 △심근병증 △갑상선질환 △빈혈 △콩팥질환 등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심근경색, 판막질환 등 심장 관련 급성 질환의 치료 성적이 좋아지고 보편화되면서 심부전 고위험군 환자들이 누적돼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증상은 어떤가.
▶심부전의 주요 증상은 △쉬운 활동이나 휴식 중에도 숨이 찬 경우 △발목이 붓고 누르면 자국이 남는 경우 △피곤하고 쉽게 지치는 경우 △밤에 계속 기침이 나거나 숨쉬기 불편해 잠에서 깨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중 어느 것이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심부전 환자는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약물 치료를 잘 받아야만 심부전의 증상이 완화되고 일상생활이 더 편해지며 오래 살 수 있다. 심부전의 증상이 좋아졌어도 병의 경과를 좋게 하기 위해 약물 복용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최대한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것을 중증 심부전이라 하는데 심부전에 최적화된 약물 요법, 시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중증 심부전 환자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좌심실 보조장치(LVAD, 엘바드)나 심장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LVAD가 정확히 무엇인가.
▶LVAD 치료란 좌심실 기능이 저하된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하는 수술이다. 좌심실이 대동맥으로 뿜어줘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양수기의 원리와 같이 좌심실의 기능을 돕는 펌프를 심장에 삽입해 대동맥을 통해 전신에 피를 공급하도록 도와주는 수술적 치료를 말한다.
-LVAD가 좌심실 보조장치라면 우심실에 문제가 생긴 심부전 환자는 이 수술을 받지 못하나.
▶LVAD는 좌심실의 기능만 보조하기 때문에 우심실만 안 좋거나 아니면 좌심실 우심실이 다 안 좋은 경우는 심장이식을 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LVAD와 같은 원리의 기계를 우심실 쪽으로도 넣을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가가 안 돼 있다.
-좌심실에 문제가 생긴 심부전 환자는 심장이식보다 LVAD를 먼저 고려하게 되나.
▶중증 심부전 환자의 치료는 근본적으로 심장이식이나 보조 장치를 다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심장이식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경우 LVAD 수술을 먼저 하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추후 심장이식을 하거나, 나이나 동반질환으로 인해 심장이식이 어려운 환자에서 이를 대체하는 궁극적인 치료로 LVAD를 할 수 있다.
특히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많지만 뇌사자의 심장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심장이식 대기자는 1068명이지만 실제 이식은 245건밖에 이뤄지지 못했다.
심장 전체를 대체하는 실제적인 의미의 인공심장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부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직 치료 성적이 좋지 않고 기술적인 제한점이 많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심장의 일부를 대신할 LVAD 수술을 하는 거다. 최근에는 심장이식 환자와 비슷한 예후를 보일 정도로 치료효과가 좋다.
-우리나라는 LVAD 수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2018년 말부터 1차로 의사들이 심의를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승인을 한 환자에게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병원의 경우 2021년 7월 첫 수술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23건 정도의 수술을 했다. 전국적으로는 2023년 124건 진행됐다.
우리 병원은 순환기내과 4명, 심장혈관흉부외과 3명의 의료진을 중심으로 재활의학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물리치료팀 등 다양한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다학제팀이 있다.
협진팀은 LVAD 수술 후 안정기에 접어드는 시기까지 시뮬레이션해 단계적인 맞춤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중증 심부전 환자는 퇴원 이후의 관리 방식이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LVAD팀은 환자가 자택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어떻게 지내게 될지 포괄적으로 점검하고 논의한다.
퇴원 전에 의료팀이 직접 환자의 집을 방문해 생활공간 내에서 LVAD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퇴원 후에도 특별한 증상이 생기거나 LVAD 알람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전화를 통해 담당 의료진과 환자 상태를 논의한다.
-무엇보다 수술 등을 받는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중증화를 막을 방법을 조언해달라.
▶심장 기능이 확실히 떨어지거나 심장이 커져 있다면 이에 대한 심부전 약을 빨리 써야 병이 악화하지 않는다. 심부전을 야기하는 기저질환도 잘 관리해야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관상동맥 질환이 있어도 평생 심장 이식이나 LVAD 수술 없이 약 먹고 90세, 100세까지 사시는 분들도 많다. 관리를 잘하면 중증 심부전으로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메시지일 것 같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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