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늦추는 병원들 "일정 조정 불가피"…시작된 '의료대란'(종합)

빅5 병원 하루 200여 건 수술…'반토막' 불가피
사직서 행렬 전국으로 확대…환자들 불안 커져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예고한 집단 사직서 제출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 환자 및 보호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4.2.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천선휴 김규빈 김기성 기자 = 전공의들이 예고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나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수술, 진료 등을 보조하던 이들의 이탈로 암 수술 등이 취소, 연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내리면서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고 검찰·경찰도 강제수사나 구속수사 검토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로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빅5 병원 의사 인력 중 전공의 비율은 서울대병원 46.2%, 세브란스병원 40.2%, 삼성서울병원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로 평균 39%다.

서울 신촌의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소아청소년과 1~3년차를 포함해 상당수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총 612명 가운데 600명 정도가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일부 진료과 수술은 50% 축소했지만 외래진료와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라며 "임상 진료과별 전공의 사직률이 실시간으로 확인되지는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전공의 전원사직'이라는 최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대다수 병원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날부터 각 진료과별 안내에 나섰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이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중 전공의는 약 39%에 달해 이들이 업무에서 손을 놓을 경우 그야말로 최악의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19일 현재 전공의들이 정상 근무하고 있다"면서도 "단체행동이 예고된 만큼 진료과별로 응급과 중증도를 고려해 진료, 수술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오늘 기준으로 (예정된 수술이 비공식적으로) 10% 줄었다. 20일부터는 감축 폭이 30%에 이를 것"이라며 "입원, 검사, 수술 순으로 줄일 것"이라고 거했다.

이들 빅5 병원의 하루 수술 건수는 200건 안팎으로 추산된다. 적게는 130건, 많게는 220건까지 이뤄진다는 게 5개 병원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공의들의 사직 움직임은 병원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환자의 불안과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확인된 국립중앙의료원은 "사직 의사가 있는 전공의들을 원내에서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의료원을 찾아 비상진료 대책을 점검했다.

대전성모병원의 경우,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6명 등 전공의 47명이 사직서를 냈다.

경기 수원의 아주대병원에서도 내과 전공의 전원 등 13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밤까지 일하고 20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전북 전주의 전북대학교병원은 20개과 전공의 18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은 앞으로 중증과 응급 환자 위주로 비상 진료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소재의 한 상급종합병원의 필수 진료과 교수는 "응급실은 유지하되, 입원환자는 줄일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보직자 위기대응 회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는 지난 주말 일부 환자에게 암 수술 연기를 안내하고 수술이 취소된 환자를 퇴원시키기도 했다. 암센터 관계자는 "원거리 거주자라, 혹시 몰라 연기 공지를 한 것 같다"면서도 "각 병동에서는 신속대응팀을 추가 운영해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 중 처치 전담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현장 점검에서 진료 업무를 이탈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등을 조치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