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단체 회장 "'의대증원 2000명' 너무 지나쳐…모든 대응책 강구"

박단 대전협 회장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길 터줘야 "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실. 2020.9.6/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날(6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 "해도 너무 지나친 숫자"라고 반발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7일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보건복지부 명령까지,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작금의 사태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박 회장은 "정부는 의료계의 수많은 우려를 무시하고 1일 필수의료 정책 피키지, 6일 의대 정원 2000명을 발표했다"며 "이번 정책에는 의대 정원 확대뿐만 아니라 총액계약제를 시사하는 지불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규제를 통해 의사들을 통제하려는 정책들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의대증원과 관련해 그는 "2000명은 해도 너무 지나치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확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얘기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의사부족에 대한 근거자료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간 이견이 있는 상태이며, 이미 본 회에서도 정부에서 제시한 근거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HRSA)라는 기관을 두고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의 기관이 없다"며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2000명 증원이라고 내지를 것이 아니라 의료인력 수급추계 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참여해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파업 등 단체행동에 대해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노조 같으면 노동 3권이 있지만 의사는 개원이든 봉직이든 집단행동 자체가 불법"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는 공공재' 발언과 같은 맥락"이라며 "통제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필수의료와 관련해 박 회장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젊은 의사들이 내과, 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공 선택 기피와 해당 분야 전문의들의 이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의대증원을 통해 낙수 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물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규홍 장관이 지난해 국감에서 "(내가 의사라면) 근무여건과 수익이 좋은 과를 택하겠다"고 답했던 것을 언급했다.

이어 "조 장관의 말 그대로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과 수익을 개선해 주면 된다"며 "이를 위해 전문의 중심 의료 체계 구축, 의대 교수 증원, 경증 환자 상급 병원 의료 이용 제한,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필수 의료 등 의료 수가 정상화, 전공의 근무 시간 단축, 전공의 교육 개선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전공의 24시간 연속 근무 제한 시행 △수련 시간 주 40시간 제한 도입 △전공의 임금 인상 및 수련 비용 지원 △대학병원 교수 증원 △환자 15명당 전문의 1명 고용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5년간 10조 투입 외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을 위해 해외 수준으로 국고 지원을 증액하고 건강보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지난 3년간 응급실에서 근무하느라 명절에 부모님을 뵌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른 전공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전국 1만5000여명의 전공의들은 명절뿐만 아니라 1년 365일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수술실에서 우리의 젊음을 불태우며 환자분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고 썼다.

이어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애쓰는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철주야 일하는 전공의들의 동료로서, 잘못된 정책에 함께 분노하는 의대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와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명의 가족으로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