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2026년부터 적자…2028년 적립금 28조원 규모 유지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어려울 것…적립금 차츰 소진
건강보험료율 법정 상한 8% 목전…사회적 논의 추진

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소아과를 찾은 시민이 접수를 하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6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 브리핑을 열어 올해부터 5년 간 건보 재정 전망을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인구·경제 성장기에 맞춘 재정체계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수입 정체와 급격한 지출 증가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건강보험 수입·지출 변수를 토대로 전망한 결과 당기수지는 올해 2조6402억원, 내년 4633억원의 흑자가 각각 예상된다. 그러나 2026년 3072억원의 적자로 돌아선 뒤 2027년 7895억원, 2028년 1조5836억원 등 적자 폭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건강보험 적립금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30조6379억원, 내년 31조1012억원으로 예상되지만 2027년 30조45억원, 2028년 28조4209억원으로 추산됐다. 2028년 누적 적립금은 2.7개월 보험급여비 정도다.

건강보험 재정 전망 및 운영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복지부는 현 상황에 대해 "의료인프라 확대, 의료비 부담 완화, 의료수준 향상 등 성과를 달성하면서도 보험재정을 건실하게 관리했으나 현행 지불제도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 채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지역·필수의료 공백 등 기존 구조적 문제가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의료비 지출과 치료 목적이 아닌 생활·요양을 위한 입원도 증가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 등은 진료량에 치중하는 과잉진료를, 필수의료 공급부족 및 질 저하를 각각 유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또 급격한 보장성 강화와 실손보험 활성화는 불필요한 의료쇼핑 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원 수익 욕구와 건강보험 급여 진료와 비급여 진료가 함께 이뤄지는 혼합진료가 맞물리며 비급여와 급여 지출 모두 증가하고 있다.

의료비 지출에 비해 보험료 수입은 정체돼 '건강보험 재정이 지속 가능한가, 이러다 고갈되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고 수입의 원천 확대를 모색하며 매년 적정 보험료율과 국고 지원으로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예상 지출에 맞춰 보험료율을 결정했으나 앞으로 예상 수입 등을 고려해 매년 보험재정이 감당할 지출 목표를 제시한다. 인구·경제 규모의 축소 시대에 맞춰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를 미리 생각하자는 취지다.

과잉 공급을 막고 소위 '의료쇼핑' 등에 따른 본인 부담은 차등화하며, 비급여·급여 혼합진료 금지 추진에 효과 없는 비급여 진료의 퇴출 기전 확립 등 대대적인 지출 효율화에 나선다. 적정한 가격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정기적인 가격 조정과 재평가도 병행한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 2일 기자들에게 "(이런 효율화 과정을 거쳐) 필수의료에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간병서비스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며 "재정 추계상 이런 투자는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 8%를 목전에 둔 7.09%인 만큼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적정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추진한다. 지난해 일본의 보험료율은 10~11.82%, 프랑스는 13.25%, 독일은 16.2%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를 지원하는 근거는 2027년까지 적용되는 한시적 규정이다.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국고 지원 방식과 적정 지원 규모를 재검토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 개정에 나선다.

건강보험 재정지표의 공개 항목을 2배 확대하고 공개주기도 매년에서 매 분기로 단축해 투명성을 높인다. 내년부터는 연도별 건강보험 지출 목표, 시행계획 등 주요 정책 사항을 국회에 보고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한다.

이중규 국장은 "현재 적정하게 이뤄지는 국민 건강보험 혜택과 보장은 계속된다"며 "이번 계획은 '서비스'의 보장에 중점을 두고, 필수의료 등 의료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부분에 집중지원을 추진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2021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4.5%로 집계됐다.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에도 당시 정책 목표(보장률 70%)에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 복지부는 "환자 지불능력 상승이 의료기관의 수익 추구와 맞물려 비급여 진료 팽창에 따른 총진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꼭 필요한 의료를 튼튼히 보장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의료 공급을 정상화하겠다"며 "의료 남용은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과 의료혁신 지원체계를 구축해 미래에도 계속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