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 여성, 폐경 20개월 빨리 온다[헬스노트]

조기폐경 비율, 가정폭력 여성 20.7%…'삶의질'도 2배 나빠
스페인 그라나다大 "정신질환 약물 사용, 흡연 등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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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가정 폭력 피해를 겪은 여성이 그런 경험이 없는 다른 여성보다 폐경이 약 1년 더 빨리 찾아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폭력 등 피해를 입으면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이는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 복용, 흡연 등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9일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에 따르면 스페인 그라나다 의과대학 연구팀은 평생동안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폐경 후 여성 29명과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폐경기 여성 8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규명했다.

조사결과 응답자 29명 중 28명(96.5%)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75%는 심리적, 경제적 폭력을, 57.1%는 신체적 폭력을, 39.3%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경험했다.

그 결과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대조군)의 평균 폐경 연령은 48.52세로 조사됐다. 반면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이보다 20개월 빠른 46.83세로 나타났다.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조기 난소 기능 부전(조기폐경)' 비율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가정 폭력 피해 여성 중 20.7%는 조기폐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조군의 수치인 2.2%의 10배가량 높았다.

추가 연구에서 연구진은 건강, 심리, 부부관계 등 갱년기 여성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세르반테스 척도'를 적용해 삶의 질을 비교했다. 점수는 0점에서 100점까지로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은 72.2점, 대조군은 34.6점으로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폭력은 갱년기 증상 및 삶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다"며 "우울증, 불안 등으로 인한 향정신성 약물 사용, 흡연 등 해로운 습관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폐경 등 여성질환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음주 여부, 골다공증 발병 여부, 기타 동반질환(유방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제2형 당뇨병) 등은 가정 폭력 피해 여성과 다른 여성 간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1월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