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성궤양으로 생긴 출혈에 식물 파우더 뿌리니 지혈효과 톡톡

소화기관 벽 녹여 천공까지…파우더 치료효과 첫 규명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준철·정다현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출혈에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가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소화기내과 박준철‧정다현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관의 벽이 녹는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출혈 치료에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를 사용한 결과 초기 지혈 성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용도 용이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화성궤양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위산이 위, 십지이장 등 소화기관의 벽을 녹이는 질환이다. 이 소화성궤양이 심해지면 출혈이 발생하는데 지혈을 해도 재출혈이 잦다.

6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소화성궤양 출혈이 생기면 사망률이 10%에 이르는 데다 장기의 벽이 녹다가 구멍이 뚫려버리는 천공으로도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초기지혈이 매우 중요하다.

소화성궤양으로 발생한 출혈은 혈관 클립술, 열응고술 지혈, 전기응고소작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들은 빠른 지혈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반면 파우더를 환부에 뿌리는 방식의 치료는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사용도 편해 집도의의 숙련도가 치료 결과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파우더는 식물 추출 성분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어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명확히 확인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소화성궤양 출혈로 4곳의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216명을 대상으로 지혈 파우더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혈 파우더는 식물 전분에서 추출한 다당류 물질로 상처 부위의 빠른 재생과 지혈을 돕는 흡수성 폴리머(AMP)가 함유돼 있다.

분석 결과 지혈 파우더를 도포한 그룹(105명)에서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87.6%로 혈관 클립술 등 기존의 방법으로 지혈한 그룹(111명)의 성공률(86.5%)보다 높았다.

특히 동맥 혈관이 드러날 정도로 궤양의 진행도가 높은 환자에게 지혈 파우더를 도포한 그룹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100%였다. 이에 반해 기존의 지혈법을 사용했을 때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86.4%에 그쳤다.

지혈술 시행 30일 후 출혈이 다시 발생한 비율은 지혈 파우더와 기존의 치료법 간 차이가 없었다.

박준철 교수는 "식물성 지혈 파우더의 치료 효과를 전향적 무작위 배정 방법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적극적인 초기지혈을 통한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과 간장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IF12.6) 최신 호에 게재됐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