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사재기 막는다"…약국·의료기관 400여곳 현장조사(종합)

콧물약 '슈다페드정', 해열 시럽제 '세토펜 현탁액' 등
전국 단위 조사는 처음…"약사법 위반시 행정처분"

어린이 해열제와 감기약을 중심으로 품절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3년 9월 18일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에서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최근 반복되는 의약품 수급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사재기가 의심되는 약국·의료기관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국 단위의 현장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다량 구입했으나 사용량이 저조하여 사재기가 의심되는 약국·의료기관에 대해 약사법 제69조에 따라 지자체와 합동 현장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 겨울 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의약품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공급불안정이 이어지자 의약품 사재기 등 유통왜곡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콧물약 '슈다페드정'과 해열 시럽제 '세토펜 현탁액'을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된 의약품 공급내역과 청구량 분석을 통해 수급불안정이 심화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품목이다.

지난해 9월 구매량을 기준으로 조제 내역을 봤을 때 구매량 대비 사용량이 25%에 불과한 약국과 의료기관 400여곳을 단속하기로 했다. 의약품을 구매한 뒤 판매하지 않고 쌓아둔 약국과 의료기관도 40여곳 가량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달 집중적으로 사재기가 의심되는 기관의 재고량, 사용 증빙 서류 등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보건소를 통해 행정처분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다만 약사회의 조언을 구해 일반적인 수준의 재고량인지 검토한 후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약사법 제47조, 제76조 등에서 의약품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금지한다. 위반시 1년 이내 업무정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복지부는 소아의약품을 대상으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질병청, 심평원, 대한의사회, 제약바이오협회 등으로 구성된 민간협의체를 꾸려 지난해 3월부터 수급불안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슈도에페드린 등 감기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를 대상으로 약가를 인상했다. 정부가 비축했던 타미플루, 페라미플루주 등 항바이러스제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을 사재기 하는 것은 해당의약품이 적시에 필요한 환자에게 쓰이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앞으로도 의약품 판매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