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 거리로 나온 의사들…"대통령이 나서 달라"(종합)
영하 10도 안팎 강추위 속 서울 한복판서 총궐기대회 개최
'의대증원=보건의료 붕괴' 담은 서한 대통령실 전달
- 김태환 기자,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김기성 기자 = "변호사와 의사는 다릅니다.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모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지만, 의사가 크게 늘어나면 건강보험 진료비 규모가 커지고 현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17일 오후 2시, 전국에서 모인 의사들이 광화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 궐기대회'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은 이날 궐기대회에 당초 예상했던 1만명에 못 미치는 8000여명이 집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장 취재기자 등에 따르면 약 700~800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은 단상에서 가운을 벗었고, 집행부 임원들은 삭발을 강행했다.
이들은 강한 바람을 동반한 영하 10도 안팎의 맹추위 속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며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서울역까지 약 1.8㎞를 걷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은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의대 정원 확대하면 보건의료 붕괴…의사 근무환경·처우 개선 우선돼야"
의사들이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 보낸 이 서한에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문제점이 담겼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을 뒤흔든다"라며 "각종 부작용만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준비 안 된 의대 정원 증원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기피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증가된 의사 수 만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유입이 증가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비급여 진료영역 등 본래 정책설계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의사인력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들은 의대정원 확대보다 의사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회장은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면서 "의사가 크게 늘어나면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에게 건보료 폭등 부담을 가져오고, 의과대학으로 우수 인재가 몰려 국가 과학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님께서 의대 정원 정책 추진시 의료계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 주시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통해서 진행해 나가 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의 재고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국민 89%가 의대증원 찬성…의사 몽니 중단해야"
의사 단체들도 의대 증원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우리 의료계가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고, 투쟁해야 건강한 미래를 얻을 것"이라며 "증원은 결국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래 시도의사회협의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는 2020년 9·4 의정 합의를 무시한 행위로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9·4 의정 합의는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당정과 맺은 것으로 당정협의체를 통해 정책 논의를 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협의 없는 일방적 정책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의사를 제외한 의료계 다른 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온다.
실제로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의료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를 통해 이달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93.4%는 '의사 부족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89.3%가 찬성 의사를 표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지금은 붕괴 위기로 치닫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전국민적 집단지성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의협은 더 이상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위한 반대, 몽니 부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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