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니 주책없이 눈물이”…나이 탓 아닌 눈 질환 [헬스노트]

'눈물 흘림증', 외부 자극이나 눈물길 이상 때문
'안구 건조증', 시력 저하에 심하면 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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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나 나이가 들긴 했나봐. 찬바람 부니까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몰라."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던 A씨가 볼멘소리를 했다. "40대가 되니 하나둘 고장 나는 곳이 생기는데 이젠 눈까지 말을 안 듣는다"며 "누가 보면 사연이 있어 길거리에서 눈물 흘리는 줄 알겠다"고 한탄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A씨처럼 길거리에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찬바람이 부니 눈도 시려워서 그런 건가'라고 대수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는 착각이다. '눈물 흘림증'이라는 안과 질환이 눈물을 유발하는 것이다.

'유루증'이라고도 불리는 눈물 흘림증의 원인은 외부 요인으로 눈물샘이 자극돼 눈물 배출량이 많아지는 경우와 '눈물길'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나눌 수 있다.

눈물을 줄줄 나오게 하는 외부 요인으로는 건조한 환경이나 찬바람, 알레르기, 속눈썹, 눈꺼풀 염증 등이 있다. 우리 눈은 이런 환경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물을 과다하게 분비한다.

이로 인해 공기가 차고 건조한 가을이 되면 덥고 습한 여름보다 눈 표면이 건조해지기 쉬워 눈물 흘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 눈꺼풀에 염증이 생겼을 때도 눈물이 많이 날 수 있다. 이 경우 눈에 따뜻한 찜질을 하고 눈꺼풀을 세정하는 것이 도움된다. 또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기 전 인공눈물을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등으로 인한 염증이 원인일 때는 항염증제로 치료하고, 속눈썹이 찔러 눈물이 난다면 정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노화로 인해 눈물길이 좁아지거나 코눈물관(비루관)에 염증이 생겨 눈물 배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눈물 흘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땐 좁아진 눈물길을 넓히거나 막힌 코눈물관을 대신하는 새 눈물길을 만드는 등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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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줄줄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눈물이 너무 안 나와 눈이 뻑뻑해지는 ‘안구건조증’도 문제다.

건조한 가을철에 유독 안구건조증 환자가 많아지기도 하지만, 최근엔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안구건조증에 고달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 표면의 수분이 증발해 발생하는 안질환으로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더불어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또는 콘택트렌즈의 사용과 레이저를 이용한 근시교정수술, 백내장 수술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안구건조증 환자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9년 안구건조증 진료인원은 267만9000명으로, 2016년(249만9000명) 대비 7.2%p 증가했다.

하지만 안구건조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최근 대한안과학회가 전국 20~60대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눈의 뻑뻑함, 눈 시림, 충혈, 작열감, 이물감, 통증, 시력 저하 등 안구건조증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안구건조증이 눈이 마르는 증상을 넘어 심하면 각막궤양, 실명까지 이르게 하는 질환임에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안과학회 제공

설문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이 질병인 줄 몰랐다'고 답한 응답자는 67.8%였는데, 그중 50~60대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0%대에 이르렀던 반면 20대는 41%가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안구건조증은 다른 안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안구건조증 진단을 받을 때 녹내장, 백내장, 황반변성 등 실명 질환도 함께 발견되곤 한다.

이종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부산대병원 안과 교수)은 "안구건조증 진단 시 다른 실명질환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데 10명 중 6명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안구건조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방치하면 각막염과 같은 2차성 안질환은 물론 심한 경우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구건조증의 1차적인 치료는 먼저 유해 환경을 피하는 것이다.

김동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평소 눈에 이물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거나 안구건조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업무 중 틈틈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등 일상 속에서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1차적인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약국에서 인공눈물을 사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안과학회 설문조사 결과 54.2%가 의사의 처방 없이 인공눈물을 구입하고 있었고, 원인에 따른 치료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14.8%로 아주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본인이 사용한 인공눈물의 성분을 모른다는 응답자는 무려 38.8%에 달했다.

김동현 교수는 "인공눈물을 자주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방부제에 대한 독성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염증이 동반된 경우 항염증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무턱대고 인공눈물만 사용할 게 아니라 자신의 눈 상태에 맞는 치료법 적용을 위해 안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이사장도 "인공눈물도 건조증을 예방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그 종류가 다양해 안과 전문의 처방에 따라 종류, 사용 횟수, 용량 등을 조절하길 권장한다"며 "인공 눈물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눈의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꼭 안과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