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기반 대안 내라"…정부, 의대증원 반대 의협 압박(종합)

복지장관, 제5차 의사인력전문위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 논의 안돼…의협, 수백명 수준 협상의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3.10.17/뉴스1

(서울=뉴스1) 강승지 김기성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직격했다. 여러 연구로 의사 수 부족이 예견된 가운데, 의료계의 계속된 반대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열린 '제5차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사 인력 증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며 의협을 지목해 반대가 아닌 대안 제시를 요청했다. 그는 "과학적 통계 기반 수급 전망에 따른 의료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패키지 논의를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의사인력전문위원회는 의사 인력 확대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로 의료계,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전문위원회다. 지난 8월 31일 첫 회의가 열렸고 이날이 5번째 회의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의대 증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않았다. 한 참석자는 "의대 정원 조정에 대한 문제점이나 한계점, 논의돼야 할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특정 숫자를 가지고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참석자는 "장관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정원 확충 중요성이 거론됐으나, 단순히 늘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확충이 필요한 이유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정책 패키지가 마련될 때라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수(한의사 포함)는 평균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7명에 못 미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국내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3.7명보다 적다. 더욱이 2035년 약 2만7000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50년 약 2만2000명(한국개발연구원)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국책 연구기관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건강보험 통계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2035년 2만7232명(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2050년 2만8279명(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이 부족하다는 발표도 있다. 조 장관 언급은 증원 필요성은 물론, 반대를 일축하는 취지로 읽힌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의대 정원을 3000명 이상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을 유지해 오고 있다. 정부는 매년 3058명+1000명씩 매년 약 4000명의 의대생을 더 뽑는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도 이날 오전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조 장관과 같은 말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이번만큼은 정부와 의료계가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의사 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의사단체는 역대 정부의 정원 확대 정책을 계속 반대했고, 이번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면서도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는 의협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의료 서비스 상황이나 미래 의료 추세를 보면 정원 확대가 문제 해결의 대전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방 의료와 필수 의료 분야를 되살리는 것도 일단 의사 숫자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대한 대책 논의에 나선다. 뉴스1 취재 결과 의협은 수백명 수준의 확대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인원 1000명 이상의 확대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