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발생률 OECD 1위인데, 예산 24.3% 깎여…"수십년 노력 물거품"
돌봄시설 종사자 대상 잠복결핵감염 검진 예산 전액 삭감
김민석 의원 "2030년까지 결핵 조기 종식? 이대론 안돼"
- 천선휴 기자,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OECD 38개국 중 26년째 결핵 발생률 1위, 사망률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결핵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결핵 예방을 위한 내년 예산이 지난해 대비 24.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제2급 감염병인 결핵은 사람과 사람 간에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결핵 환자의 치료는 동시에 최선의 예방법이다.
결핵 발병률은 12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해오다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고령층, 외국인, 동반 질환자의 인구 비중이 높아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는 고소득 국가 중 유일하게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핵예방법'을 제정할 정도로 결핵 퇴치 의지가 강력했다.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이 고가의 신약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그간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인력과 재원 투입이 중요한 결핵 관련 사업이 내년부터는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결핵사업은 '제3차 결핵관리 종합계획' 수립·시행에 따라 국가 결핵관리 전주기 지원 강화를 위해 16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그중 15개 사업 예산이 줄고, 돌봄시설 종사자 잠복결핵감염 검진 사업은 전액 삭감됐다.
집단시설 역학조사 사업 예산은 증가했으나,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모든 사업 예산이 삭감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민석 의원은 "현행 제3차 결핵관리종합계획의 목표는 2027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20명 이하로 감소시키고 2030년까지 결핵 조기 종식하는 것이지만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전주기에 걸친 예산 삭감으로 결핵 조기 종식 목표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특히 돌봄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잠복결핵감염 검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선제적 결핵 예방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신생아의 경우 결핵 환자와 접촉 시 3개월간, 24개월 미만 영아는 8주간 결핵약을 복용해야 하고, 결핵발생률이 성인에 비해 40~50%로 높으며 중증 결핵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2020년 어린이집 결핵역학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직원과 교사 외 종사자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한 비율이 57.9%로 운전기사, 미화, 외부 강사 등 임시일용직군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실제로 2017년부터 신생아나 영유아 시설에 대규모 감염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터라, 전면 중단 시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의료기관과 보건소 등에서 결핵을 관리하는 결핵관리 전담간호사와 결핵관리전담요원 인건비도 대폭 삭감됐다. 당장 내년부터 결핵전담 간호사 91명, 전담요원 198명을 감원해야 한다.
현재 결핵관리 전담간호사와 전담요원은 결핵 환자의 검사부터 입원, 복용 관리를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여 결핵 발병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 결핵관리 전담간호사가 투입되기 시작한 2011년과 2022년 결핵환자 수를 비교해 보면 약 5만 명에서 2만 명으로 50%나 감소했다.
하지만 결핵관리 전담간호사가 받는 인건비는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 평균 임금의 66.7% 수준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결핵 전담 간호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어려워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다.
김민석 의원은 "내년도 결핵 사업 예산 감축안은 수십 년간 결핵 퇴치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몇 억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최소 10년간 결핵 퇴치에 투입한 수천억 원의 예산을 휘발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 결핵에 대한 한국의 불명예를 타개하기 위해 예산 감축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업 확대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2030년까지 결핵이 조기 종식될 수 있도록 삭감된 예산 전액이 복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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