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피 안 받을래요" 수혈 거부 신장암 환자 살려낸 의료진

순천향대 이상욱 교수, 무수혈 로봇 신장 부분 절제술 성공

이상욱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원치않는 신장암 환자에게 의료진이 무수혈 수술을 시도해 신장을 부분 절제하고 신장 기능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은 비뇨의학과 이상욱 교수가 종교적 신념으로 수혈을 원치 않는 환자에게 무수혈 로봇 신장 부분 절제술을 시행해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거르고,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등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신장은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 중 과다 출혈 위험이 큰데, 최근엔 종교적 신념이나 감염 우려로 수혈을 원치 않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자 김 모씨(61)도 그랬다. 왼쪽 신장에 1cm 크기의 '내장성 신장암'이 발견돼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신장 전 절제술을 시행해야 했다.

'내장성 신장암'은 겉으로 보기에는 작아 보이지만, 종양이 장기 안쪽에 위치해 보통 신장 전 절제술을 시행한다.

신장 전 절제술은 출혈이 많아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받기를 꺼려해 무수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여러 곳을 떠돌았다.

결국 김씨는 이상욱 교수를 찾아 로봇 수술로 암세포 적출술을 받았고, 수혈 없이 신장을 부분 절제하고 남은 신장 기능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 적출술은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듯 정교하게 정상 조직과 종양 조직의 경계 부위를 박리하는 수술법으로, 혈관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비교적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이상욱 교수는 "김씨의 신장 종양이 혈관과 맞닿은 위치에 있어 출혈 위험이 더 컸다"면서 "수술 시 로봇 초음파를 이용해 신장 정상세포와 신장 종양 경계선을 확인하면서 명확하게 분리하고 출혈량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김씨가 수술을 받는 동안의 출혈량은 혈액검사 양(100cc) 정도였다.

이 교수는 "로봇수술은 수술 부위를 3D 영상으로 최대 15배까지 확대할 수 있어 입체적인 시야 확보가 가능하며, 사람 손과 유사한 관절이 내장돼 정교하고 정확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며 "수술 부위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을 정확하게 제거하기 때문에 출혈과 통증, 합병증과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9년 다발성 신장암 환자의 종양 두 개를 20분 이내 제거하는 로봇 부분 신장 절제술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