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야간·주말·공휴일에도 초진 허용?…복지부 '만지작'

섬·벽지 외 의료기관 부족 지역도…초진 범위 확대 방안 검토
14일 공청회서 논의…의료계 반대 최대 난관

한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초진 환자의 범위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난 지 열흘 남짓 만이다.

13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의 기준을 넓혀 야간·주말·공휴일에도 초진을 허용하고, 초진 가능 지역 범위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재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재진 환자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서는 초진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 계도기간 동안 정작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야간·주말·공휴일에는 이용을 전혀 할 수 없다는 한계가 나타났다.

야간·주말·공휴일에는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한정적이라 초진 진료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대면진료는 재진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제도 자체가 무용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정말 많이 쏟아졌다"며 "의료 접근성이 특히 떨어지는 시간대에 정작 비대면진료를 못 받게 하는 건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초진 허용 지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도 초진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한정돼 있지만 복지부는 섬·벽지가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이라도 의료기관이 부족한 곳이라면 초진 환자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진숙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23.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하지만 복지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행으로 옮겨지려면 의료계 반대라는 난관을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의료계는 그간 비대면진료는 보조적 수단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8일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를 사흘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특히 초진 허용은 굉장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게 실제 데이터로 나왔다"며 그동안 발생한 문제점들을 토대로 한 대책 방안을 제시했다.

의협은 비대면진료를 △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의료사고 혹은 과오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 명확화' 필수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플랫폼 업체에 대한 관리와 규제 방안 마련 △현재 시행 중인 시범사업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안전성 검증 선행 등을 주장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대부분 음성 전화로 비대면진료가 이뤄져 오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비대면진료는 보조수단으로만 활용돼야 하고, 초진은 굉장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특히 휴일 및 야간에 소아 초진 환자를 받는 데 거부감을 나타냈다. 의협이 비대면진료에 참여한 의사 316명을 인터뷰한 결과, 의사 65%가 소아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병세 진행 돌변 가능성이 높아 비대면이 불가능하고, 의료사고와 소송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비대면진료를 반대했다.

이에 복지부는 오는 14일 복지부 2차관과 각계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학계, 산업계, 환자·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보고 고쳐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