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소천…"의학발전과 후학양성에 헌신"

한국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 초기 軍 간호학 근간 마련
사재 환원, 남편 고 박영하 박사가 남긴 재산도 학교·재단에 기부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을지재단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고(故) 전 명예회장은 1929년 7월 6일생으로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군(軍) 간호학의 근간을 마련하고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1952년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을지재단의 설립자 범석 박영하 박사와 전쟁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오늘날의 재단을 함께 일궈왔다.

부부가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은 의료계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일로 회자되고 있다.

1953년 대위로 예편한 전 명예회장은 남편 범석 박영하 박사와 1956년 서울 을지로에서 을지재단의 시초인 박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하며, 헌신적 내조로 재단의 성장에 기여했다.

을지재단에 따르면 개원 초 야간 산부인과를 운영할 땐 간호는 물론 병원 전반의 업무를 처리하며 큰 힘을 보탰다.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재단법인 을지병원 상임이사로 재임하며 산하 의료원의 환자간호와 간호행정 발전에 힘을 쏟았다.

당시 전 명예회장이 만든 을지의 간호행정 매뉴얼은 전국 병원에 퍼져나가 기본 교과서로 회자될 만큼 주목받기도 했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을지재단 부회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의료사업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에 주력했다. 을지의료봉사단을 창단해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후학양성 및 인재육성을 위해 1997년에는 10억원의 개인재산을 출연해 재단법인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27년간 2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600여 명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발굴해 연구비 지원 사업과 범석상 시상을 이어왔다.

전 명예회장은 재단 설립에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사재 37억원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2013년 남편인 박영하 박사가 별세하며 남긴 전 재산 172억원을 학교와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국내 의학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전 명예회장은 지난 2013년 5월 7일 별세한 고(故) 범석 박영하 을지재단 설립자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안장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박준영(을지재단 회장), 딸 박준숙(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사위 최원식(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 며느리 홍성희(을지대학교 총장) 등이 있다.

전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 노원구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조문은 1일 오후 12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3일 오전 11시다.

을지재단은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와 부의금은 정중히 사절한다"고 밝혔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