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폐원은 문제고, 지방 종합병원 폐원은 괜찮은가
"그동안 병원 개폐원 정부가 관리할 문제로 생각 안해"
"지역마다 과잉·부족…의료 공급, 정부·지자체 책임져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백병원의 폐원을 둘러싸고 도심 의료공백을 우려하는 견해와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폐원이 당연하다는 견해가 사회적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민간 의료기관이 공적 역할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의 비용 지원 또는 의무 요구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재단 측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서울 중구 명동 알짜배기 땅에 있으니, 병원을 키우기도 어려웠고 도심 공동화에 대응하지 못한 데다 주변 대형병원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병원 내부 구성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를 우려하며 법인에 병원 회생 대책 마련 및 교직원들과의 소통을 촉구하고 있다. 병원 노조와 교수협의회 등은 각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폐원 저지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도 백병원 폐원에 대해 "서울 서북권역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며, 2022년 1만5849명이 응급실을 찾았다.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은 폐원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적자를 감내하며 더는 운영하기 어렵다는데 만류할 명분이 없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일견 동의하면서도 병원의 개폐원에 대해 정부의 의료정책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서울백병원 폐원이 너무 부각돼 있다. 서울 중심부고 과거 가졌던 상징성 때문으로 이해되나 주변에 상급종합병원도 많고, 폐원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며 "특히 만성적자로 경영이 어려웠다는데, 이용 환자가 매우 제한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주열 교수는 서울의 경우, 이미 충분히 시립 공공병원도 있으니 병원 부지에 병원을 재설치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시립 공공병원의 경영합리화와 민간·공공을 막론하고 병원의 공공성 자체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도 "그동안 병원의 개·폐원을 정부가 '의료정책 영역' 또는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지역마다 과잉 공급, 공급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라며 "서울백병원 폐원은 큰 문제고, 지방 종합병원 폐원은 문제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기관, 인력 등 의료자원의 공급은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 보장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라며 "재단이 독단적으로 폐원을 결정한 것도 문제지만 뒤늦게 서울시가 부지 용도를 제한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 말대로 병원의 폐원으로 해당 지역의 필수의료 체계가 크게 흔들린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지사 시절인 2013년 방만 경영과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시킨 바 있다.
이후 경상남도는 공공병상 1개당 인구가 1만1280명으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공공병상이 가장 부족한 지역이 됐다. 복지부는 2019년 11월 경상남도의료원 진주병원 설립 계획을 세웠고 경남도는 2027년 개원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부산 동부지역의 민간 종합병원이었으나 경영난을 겪은 침례병원도 2017년 폐원한 바 있다. 의료공백 우려에 해당 지역구 의원인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부산시 등은 국민건강보험 소유 병원 건립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 폐원을 특히 심각하게 인지하는 분위기다.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인 데다 시 중심에 위치해 응급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충지라는 판단에서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지정 절차에 대해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문제라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재단 측은 "아직 서울시로부터 별다른 연락은 받지 못했다. 새 병원 건립을 비롯해 수익사업, 매각 등 부지와 건물 운영 방안은 모두 구성원과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논의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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