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 세부내역 보고받으려는 정부…의료계 반발에 '전운'

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 672개 항목 관련 비급여 비용·건수·질환 등 보고해야
의료계 "환자 민감정보 침해·의료법 일탈" 발끈…헌법소원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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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앞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과 금액,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가 추진된다.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 비급여 현황을 자세히 파악해 정책을 명확히 세우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환자 민감정보까지 수집하고, 법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단체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몇몇 단체는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며 이미 헌법소원을 낸 터라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16일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전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항목의 비용, 진료 건수, 진료 대상 질환, 진행한 수술·시술 명칭 등을 비롯해 환자 성별과 나이 등을 보고해야 한다.

2023년에는 611개 비급여 항목과 61개 신의료기술 등 672개 항목을 실시했을 때 제출하고, 2024년부터는 전체 비급여 규모의 90%인 1212개 항목으로 늘어난다. 치료적 비급여 항목 외에도 약제, 영양주사, 예방접종, 치과 교정술, 첩약 등도 포함된다.

복지부는 "이번 고시 개정으로 비급여 보고 제도가 본격화되면 의료 소비자인 국민에게 알 권리가 보장되고 자세히 파악한 비급여 현황을 토대로 근거 기반의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당초 2020년 12월 의료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 정보를 보고해야 할 의무가 생겼지만 보고 방법과 수준 등을 정할 고시 개정은 의료계 반대와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중단돼왔다.

그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표본조사로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를 진행했지만, 더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게 됐다. 제도가 시행되면 병원급은 3월과 9월로 1년에 2회, 의원급은 3월 1회 보고해야 한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끝내 비급여 통제정책을 강행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이라며 "비급여 진료비 보고내역과 무관한 생년과 성별까지 공개해 환자 개인정보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사적 계약 영역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관리해, 철저하게 비급여를 통제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 자율성을 무너뜨려 환자와 의료기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환자 진료 정보를 보호해야 하고 치료 과정 일련의 정보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 직업윤리에 반한다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비급여 진료비가 공개될 경우 환자에게 받았던 금액이 고스란히 공개되니, 불이익을 우려하는 취지도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 이필수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2.11.16/뉴스1

현재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을 중심으로 일부 단체는 정책을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내 위헌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의협은 "위헌 확인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의료계 요구사항을 충분히 행정예고 안에 담았다는 입장이다. 지적된 개인 민감정보 유출 우려의 경우, 개인을 특정·식별할 사항들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비급여 발생 추이와 맥락을 알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행은 2023년 상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출된 자료들 가운데 공개할 항목과 관찰할 항목으로 구분한 뒤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할 수 없다며, 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복지부에게는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비급여 항목을 집중적으로 관찰해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다. 건강보험을 확대 적용했는데 오히려 비급여 시술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복지부는 중점적으로 관리가 들어가야 할 비급여 항목을 골라, 정보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급여 규모가 크고 사회적 관심이 높거나 의료 중요성이 큰 항목을 선별해 안전성·효과성 정보를 더 상세히 전한다는 계획이다.

비급여 항목별 성격에 맞춰 의료기관 인프라를 포함한 다양한 지표를 공개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저가 유인, 질 낮은 진료, 끼워팔기 등 부작용 우려가 큰 항목에 대해서는 비급여 관리정책협의체를 통해 합리적 공개 방안을 모색한다.

복지부는 비급여와 급여 진료가 묶음으로 이뤄지니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쳐, 적정 비급여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보고 있다. 이용량이 급증한 비급여 사례는 관리하겠다는 구상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