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의 저주'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증가…명의에 치료법 물었더니
[인터뷰] 천재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장염과 유사하나 4주 이상 복통 유지시 발병 의심…포기하지 않고 지속적 치료 중요"
- 음상준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은 과거 북미와 북유럽 국가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증상을 숙지하고 초기에 진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합병증 없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어요."
천재영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환자가 국내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흡연,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소한 질환으로 여겨지는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궤양성 대장염은 전체 위장관 중 대장에 국한돼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복통과 설사, 혈변, 점액변, 대변 절박증(참을 수가 없어 급하게 배변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중증인 경우 입원치료가 필수다. 온몸에 열이 나고 다량의 혈변, 구토,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크론병은 식도와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소화관 전체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내 크론병 환자 40~50%는 항문 주위에 염증이 있다. 재발을 반복하는 치루 또는 항문 주위 농양이 있으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천 교수는 "2019년 기준 궤양성 대장염 3만7000여명, 크론병은 1만8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국내에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염증성 장질환은 환경 및 유전, 면역, 장내 미생물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천적으로 만성 장염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장내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는 환경에 노출되면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과 흡연, 어린 시절 잦은 항생제 사용, 스트레스, 우울 등 심리적 고통도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20~30대에 많이 발병하지만, 나이에 국한된 질환은 아니다. 반면 크론병은 10~20대 연령, 여성보다는 남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젊은 사람이 1개월 이상 설사 및 복통이 지속되고 체중 감소가 동반될 경우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천 교수는 "보통과 설사 증상 때문에 급성 감염성 장염과 두 질환이 헷갈릴 수 있다"면서도 "증상이 얼마나 유지되는냐에 따라 구분한다. 4주일 넘게 복통과 혈변이 이어지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며,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궤양성 대장염은 독성 결장, 대장암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크론병은 장이 달라붙는 협착, 복강 내 농양(고름), 항문 주위 농양, 대장암, 소장암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천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모두 완치가 어렵지만, 적절한 약물로 증상과 염증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와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등을 처방하고, 최근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져 과거에 비해 치료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진단이 늦을수록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주요 증상을 숙지해야 한다"며 "가급적 조기에 진단받아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인터뷰 막바지 "치료를 중단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염증성 장질환은 지속적인 치료와 함께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운동도 습관화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많은 경우 만성 피로와 우울, 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도 있다"며 "긍정적인 믿음과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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