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신부 53만명…'앱'으로 헬스케어 정복 나선 장민후 대표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 "레어노트·마미톡, 글로벌 진출 목표"
VC 포함 350억 유치...대웅제약 "사업 협력"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서울 강남구 휴먼스케이프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임신부의 복잡한 출산·건강 관리. 희귀질환 환자들의 정확한 질환 정보얻기. 이러한 시장 수요를 반영해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앱)이 헬스케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임신부와 산모 가입자만 50만명이 넘는 앱 '마미톡'과 희귀질환자와 가족 가입자가 3만5000명이 넘는 앱 '레어노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를 개발한 국내 기업 휴먼스케이프는 헬스케어 시장에서 그 동안 가려웠던 등을 긁어줄 수 있겠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2016년 설립됐다.

헬스케어 벤처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3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시장의 높은 기대감을 그대로 투영시켰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 최상위권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굴지의 제약사 대웅제약이 사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휴먼스케이프는 헬스케어시장에서 그 동안 주류가 아니었던 앱 사업을 주류로 이끌고 있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이사는 3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대학 때부터 앱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하다가 헬스케어 관련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 대표는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 농구를 좋아하던 청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다 대학 4학년때인 2013년 교내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것이 창업 첫 걸음이었다. 당시 장 대표에게 상을 안긴 앱 '허니비'는 쉽게 말해 임신부 달력인데, 현재 사업 아이템인 마미톡의 전신인 셈이다.

장 대표는 "이후 2013년 12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지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드레이퍼대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현지 기업 코칭, VC들에게 기업소개(IR) 등의 경험을 했다"면서 "그곳에 있는 사업가들 열정을 보고 결국 창업의 길을 굳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 대표와 함께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유명 인사로는 게임 앱 '애니팡'을 개발한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와, 채팅 관련 B2B 기업인 샌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의 김태훈 대표 등이 있다. 당시 이들 사업 아이템은 지금과는 달랐다고 한다. 장 대표는 쟁쟁한 이들 틈 사이에서 학생창업팀으로서 참여했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서울 강남구 휴먼스케이프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美 실리콘밸리에서 당긴 창업 불씨…실패 끝에 '레어노트'로 우뚝

샌프란시스코에서 큰 자극을 받은 장 대표는 귀국 후 여러 앱을 만들었다. 그 중 반향이 컸던 앱은 2015년 장 대표가 성형외과 시장에 뛰어들면서 개발한 '뷰티케어'다. 소비자들의 성형 견적을 대신 내주고, 이를 병의원에 연결시키는 게 사업모델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당시 의료행위 유인이 사회적 이슈였고, 결국 서비스를 바꿔 성형수술 후 사후 관리를 해주도록 했다"면서 "이 때 엔젤투자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2016년 휴먼스케이프 법인이 설립되면서다. 이후 VC 미팅을 통해 투자금 3억원을 처음 유치했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인 수익화가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은 것이 '레어노트'였다.

장 대표는 "해외시장을 보니 환자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가 있었다"며 "환자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부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정확한 관리 솔루션이 적은 희귀질환 시장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시장에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카페 등에서 정확하지 않는 건강관리법이나 치료제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다"면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는 게 중요해 환우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레어노트 앱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어노트는 희귀질환 통합솔루션 앱으로서 2020년 출시됐다. 희귀질환 관련 글로벌 치료제 개발 현황과 임상시험, 뉴스 등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데이터는 환자가 직접 앱에서 표현형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병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수집된다. 예컨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진단명과 시야 가능 각도(표현형), 유전자 검사 데이터 등 관련 정보를 받는 방식이다.

초반에는 1개 질환으로 시작돼서 현재 1000여개 질환으로 서비스 범위가 확장됐다. 장 대표는 "많은 환자들과 의료진의 지지가 컸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콘텐츠 감수도 받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인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현재 레어노트 사용자는 3만5000명에 이른다. 관련 시장 데이터는 글로벌 제약사 한국지사와 희귀질환 신약개발을 하는 국내 대형제약사 등에 제공됐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장 대표는 "레어노트를 아시아 난치성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진출하는 게 목표"라며 "희귀환자 등록 연구용 솔루션도 웹기반 프로그램으로 별도 개발해 의료진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먼스케이프 '레어노트' 앱 일부 발췌(제공 : 휴먼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마미톡' 앱 일부 발췌(제공 : 휴먼스케이프)

◇임신부터 취학전까지 전주기 관리 '마미톡'

같은 해 출시된 마미톡의 개발 배경도 비슷하다. 영유아는 유전성 질환이 발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즉, 마미톡을 통해 임신부를 비롯한 영유아 관련 데이터도 모을 수 있다.

마미톡은 임신부의 단계별 검진 정보 제공은 물론, 초음파 검사 영상을 앱을 통해 볼 수 있다. 현재 압도적으로 관련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병원을 비롯해 주요 거점 산부인과 병원 296곳을 파트너로 둬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앱에 가입한 임신부 및 산모는 53만명에 이른다. 올 8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2만~23만여명에 달했다.

장 대표는 "아이를 낳은 뒤에도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변, 수유 등을 언제 했는지 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면서 "커머스를 비롯해 커뮤니티도 구축했는데, 국내 유명 카페보다 트래픽이 많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미톡은 올 4분기 중 육아 단계별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구독형 서비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미미톡을 통해 임신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마미톡은 최근 휴먼스케이프가 대웅제약, 한국애보트와 손잡고 임신부 혈당관리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애보트의 연속혈당측정기인 '프리스타일 리브레'와 마미톡을 연계해 임신성 당뇨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장 대표는 "임신성 당뇨는 임신부 10명 중 2명에 가까울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면서 "임신성 당뇨 환자에게 관련 당뇨 관리 콘텐츠를 공유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검증된 마미톡의 글로벌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장 대표는 "2년 전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만 사용자가 현재 5만명에 이른다"며 "올해 베트남과 미국에도 동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내 파트너 병원은 149곳에 이른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가 서울 강남구 휴먼스케이프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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