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불안감 고조…여행업계, 침체 회복 "쉽지 않네"(종합)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해외여행 심리 주춤
주요 여행사 마케팅 전면 중단…취소 및 변경 수수료 면제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형준 기자
"국가 자체가 애도 분위기인데 여행을 즐기러 가도 되는 건가 고민이 되네요."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형준 기자 = 연말 연초 대목을 앞두고 여행업계 암울한 침체 그림자가 드리웠다. 상반기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이어 12·3 비상계엄에 사상 초유의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여행 심리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31일 여행업계 따르면 지난 29일 발생한 여객기 참사 이후 여행을 계획하던 이들의 항공권 취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대형 참사에 여행 자체를 주저하며 세밑 여행 수요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사고 기종을 확인하고 같은 기종의 비행기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고의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사고 기체는 보잉사의 B737-800 기종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당 기종의 국내 사고 및 준사고는 8건이 발생했다.
제주항공의 B737-800 기종은 사고 이튿날인 이날에도 기체 결함으로 한 차례 회항하면서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에 더해 여행객들의 항공기 탑승에 대한 공포는 같은 기종을 운영하는 타 저비용항공사(LCC)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다음 달 25일 제주항공을 타고 일본 나고야로 향할 예정이었던 직장인 안 모 씨(27·여)는 "뉴스를 보자마자 항공기를 확인했는데 같은 기종이라 환불하고 대형 항공사로 바꾸려 한다"며 "다만 대행사를 통해 예매한 상황이라 (대행)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했다.
1월 2일 후쿠오카 출국 예정인 윤 모 씨(25·여)는 "항공사는 다르지만 확인해 보니 타게 될 비행기와 같은 기종이었다"며 "연말연초 휴가에 맞춰 겨우 가게 된 여행인데 불안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요 여행사들은 일제히 비상 대책 회의에 돌입하면서 마케팅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불안해 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취소 수수료 면제 방침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여행사에서 발권 여행 업무 취급수수료(TASF)는 환불 대상이 아니다. 이에 100% 환불이 불가할 수 있다.
하나투어(039130)는 오는 10일까지 출발 예정인 제주항공 이용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기로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권은 물론, 패키지 여행에서 호텔, 현지 행사 등에서 발생하는 취소 수수료도 부과하지 않는다"며 "동일 일정의 타 항공사(LCC) 상품으로 변경하는 것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행사들은 이번 참사에 따른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홈쇼핑 판매 취소 등 마케팅 활동을 긴급하게 중단했다.
노랑풍선(104620)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홈페이지에서 제주항공 관련 기획전과 지역 프로모션 등 모든 마케팅 활동을 즉시 중단했다"며 "여행객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한 후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도 "이날 예정이었던 라이브 방송을 취소했다"며 "향후 홈쇼핑 판매, 기타 프로모션 진행 여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형 참사 여파에 해외여행 수요가 침체한 사례는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회 전체적으로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던 세월호 참사(2014년 4월26일) 이후 해외여행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3개월 만에 빠르게 회복했다.
참사가 발생한 같은 해 하나투어의 5월과 6월 해외 여행수요는 학생과 공무원 중심의 단체여행(수학여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각각 5.7%, 6.3% 감소했다. 모두투어도 4.4%, 7.6% 줄었다.
2개월의 침체기를 겪고 7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나투어의 경우 7월 모객 수는 전년 대비 0.02% 증가한 이후 8월(9.9%), 9월(13.7%) 10월(18%), 11월 (15.5%), 12월(22.5%)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참사 여파로 취소나 신규 예약 주춤세가 본격화되는 것은 앞으로 하루, 이틀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1~2월 출발 수요의 경우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많아서 아마도 협의 후 취소하거나 강행하거나 결정이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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