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 기종' 아냐?" 커지는 불안감…세밑 여행 수요 '꽁꽁'
항공권 기종 'B737-800' 확인…타 LCC로도 불안 확산
고환율에 참사까지…"아웃바운드 신규 수요 둔화 전망"
- 김형준 기자
"주말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2주 후에 제주항공 여객기를 탈 여정이 계획돼 있는데 사고라 걱정이 앞섰죠. 여행 취소까지 생각했지만 기존 항공권을 취소하고 다른 항공사로 예매했어요."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새해 1월 제주 여행을 준비하던 직장인 정 모 씨(30·여)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예약했던 제주항공(089590) 티켓을 취소했다. 앞서 몇 차례 사고 이력이 있던 기종이라는 점에서 혹시 모를 불안감이 커져서다.
정 씨는 "사고 난 기종과 같은 것은 당연히 피했고 해외에서도 사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렸던 보잉 기종 자체를 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발생한 여객기 참사 이후 여행을 계획하던 이들의 항공권 취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대형 참사에 여행 자체를 주저하며 세밑 여행 수요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사고 기종을 확인하고 같은 기종의 비행기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고의 경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제주항공은 사고 직후 공지를 내고 지난 29일까지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 및 국제선 전 노선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알린 바 있다.
1월 25일 제주항공을 타고 일본 나고야로 향할 예정이었던 직장인 안 모 씨(27·여)는 "뉴스를 보자마자 항공기를 확인했는데 같은 기종이라 환불하고 대형 항공사로 바꾸려 한다"며 "다만 대행사를 통해 예매한 상황이라 (대행)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있어 고민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사고 기체는 보잉사의 B737-800 기종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당 기종의 국내 사고 및 준사고는 8건이 발생했다. 제주항공의 B737-800 기종은 사고 이튿날인 이날에도 기체 결함으로 한 차례 회항했다.
여행객들의 불안감은 같은 기종을 운영하는 타 LCC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1월 2일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나는 윤 모 씨(25·여)는 "항공사는 다르지만 확인해 보니 타게 될 비행기와 같은 기종이었다"며 "연말연초 휴가에 맞춰 겨우 가게 된 여행인데 불안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사고 기종인 B737-800을 안전한 항공기라고 평가하며 기종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은 경계하고 있다.
나지메딘 마시카티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문제의 항공기는 매우 안전하고 훌륭한 안전 기록을 갖고 있다"며 "(문제로 지목되는) 랜딩 기어는 잘 설계돼 있고 높은 신뢰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타까운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면서 아웃바운드 관광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밑 관광업계의 위기는 이달 초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부터 시작됐다.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들의 방한관광(인바운드 관광)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1400원 후반대까지 오르며 개별 여행객들의 항공, 숙박 부담이 커졌고 패키지 상품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인바운드 관광 시장에 타격이 있던 상황에서 고환율 추세에 대규모 참사까지 겹치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도 주춤하게 된 것이다.
1월 일본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던 윤 모 씨(31·남)는 "아직 여행을 취소하거나 (비행기) 기종 확인을 해보진 않았다"면서도 "국가 자체가 애도 분위기인데 여행을 즐기러 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달러·원 환율 상승 등과 맞물려 신규 수요 둔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j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