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손실 대손처리 했는데 환급까지…여행업계 '속앓이'

수십억 손실 본 여행업계…집단조정 90% 보상 결정에 '부담'
"업계 현실 반영 안 돼…여행사 전반 부실 증가 우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결제 대금을 받지 못한 여행·숙박업계가 집단분쟁조정에서 피해 소비자들에게 90%의 환불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 들면서 부담감을 표하고 있다.

2~3분기 미수금에 대한 대손처리를 진행하며 실적에도 타격을 입었던 여행·숙박업계는 90%의 환불 책임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집단분쟁조정 결과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업계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여행·숙박·항공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금 환급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티메프가 결제 대금 100% 환급하되 판매사들이 결제 대금의 최대 90%를, PG사들이 최대 30%를 연대해 환급하라는 결정이다.

티메프와 판매사, PG사가 피해액을 분담해 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취지의 결정이지만 티메프가 지불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환급액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여행사 등 판매사들은 결과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종합여행사 관계자는 "연대 보상 비율 90%는 과도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라며 "이미 6~7월 피해분에 대한 대손처리를 했고 여러 보상안들이 나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환불 부담을 떠안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도 "티메프가 100% 대금을 환급하되 여행사가 90% 연대해 환불하라는 결정은 지불능력이 없는 티메프의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같은 피해자인 여행사가 모두 손실을 떠안으라는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 앞에 여행객들의 캐리어가 놓여져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수십억 대손·자체 보상한 여행사들…실적에도 '타격'

실제 여행업계 1위 기업 하나투어(039130)의 경우 지난 2분기 티메프 사태로 인한 미정산 금액 63억 원을 대손처리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83% 급감한 수치다.

3분기에도 티메프 사태로 인한 여행 수요 위축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 3분기 하나투어의 영업이익은 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9% 줄었다.

모두투어(080160)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모두투어의 2분기 매출액은 5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이 47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모두투어 측은 티메프 미정산에 따른 손실액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티몬과 위메프 판매채널 비중을 고려했을 때 약 42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일 여행사 기준으로 가장 큰 손실액을 떠안은 업체는 교원투어로 알려졌다. 교원투어의 티메프 사태 손실액은 약 8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행사와 숙박업계는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직후 발 빠르게 소비자 보상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들은 취소 위약금을 면제하고 티메프의 할인가를 보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원그룹은 티메프에서 교원투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취소 및 재결제하는 경우 대금을 최종적으로 환불받지 못하면 그룹 포인트로 보상하기로 했다.

야놀자는 총 350억 원을 들여 피해 소비자들에게 피해 금액을 야놀자 포인트로 보상했고 제휴 숙박업체의 미정산 대금을 지급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여행사들 "확정된 상품 없는데"…조정 합의 멀어지나

이번 집단분쟁조정 조정안은 여행·숙박·항공 상품에 관한 것으로 8월 이후 출발분에 대한 대금을 소비자들에게 환급하라는 결정이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사들이 전자상거래법상 여행·숙박·항공 상품 계약의 당사자로서 청약 철회 등에 따른 환급 책임이 있다고 조정 결과를 설명했다.

여행사들은 이러한 결과는 매출 인식 구조 등 업계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입장이어서 조정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들은 항공권의 경우 항공권을 발권했을 때를, 패키지 상품은 출발을 했을 때를 정산 기준으로 삼는다. 그전까지는 계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라며 "여행사는 확정된 상품이 없는 셈인데 그 손실을 다 짊어지라는 것은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에 대한 항공권, 호텔 예약 비용 등을 선지급한 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를 취소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위약금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미환급 대금은 약 135억 원으로 연대 분담 시 큰 금액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 규모를 고려하면 업체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종합 여행사 관계자는 "물론 소비자들의 피해 복구가 중요하지만 여행사들의 매출 규모에 비해서 조정안의 보상액이 적지 않다"며 "만약 결과를 수용한다면 여행사들이 전반적으로 다 부실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 결정은 각 당사자에게 이달 말쯤 송부될 예정이다. 여행사를 비롯한 판매사들은 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결정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