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딸도 했다" 불법 공유숙소, 단속 제대로 못하는 이유[기자의눈]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이걸로 잡으면(처벌받으면) 전국 수만 명 공유숙박 업자가 다 문제일 텐데요. 편법이지만 그냥 관례상 다 눈감아 온 것 아니었나요?"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최근 불법 공유숙박 영업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 씨(41)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문다혜 씨는 본인 소유의 제주도 별장과 영등포구 오피스텔을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에서 불법 영업한 것으로 알려지며 뭇매를 맞고 있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별장과 애초에 숙박업이 불가한 오피스텔을 돈벌이로 이용한 것이다.
모든 시선은 불법을 행한 문다혜 씨에 쏠려있지만, 해당 댓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간과하는 것이 있다. 대통령 딸도 스스럼없이 운영할 만큼 불법 공유숙소가 성행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점이다.
'불법 공유숙소'는 우선 운영자의 탈세 문제가 있고, 이에 더해 불법숙소에 투숙하면서 겪는 불의의 사고 등에 대해서도 보호받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다. 최악의 경우 강력범죄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유숙박업과 관련한 법적 제도는 물론 관리, 감독을 도맡겠다는 주관부처는 없다.
현재 숙박업종은 관광진흥법(문화체육관광부), 공중위생관리법(보건복지부), 농어촌정비법(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의 법률에 따라 해당 부처에서 관리하는데 불법 영업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제각각이다.
그나마 일반·생활 숙박업을 관리하는 공중위생관리법은 불법 영업행위를 한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 1개월부터 영업장 폐쇄명령까지 처벌하지만, 나머지 법엔 처벌 규정 자체가 없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관광펜션업 등 무려 11개 업종을 규정하는 문체부 소관 관광진흥법은 성매매 알선 등 심각한 불법 영업행위에도 처벌하지 못한다.
단속 역시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 문체부의 경우 불법 숙소에 대한 직접 단속 권한이 없기 때문에 각 지자체가 불법 숙박시설을 단속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발굴 내역을 송부하는 조치가 전부이다. 발굴 내역도 1년에 딱 한 번 온라인 모니터링으로 단속을 실시한 결과이다.
대신 문체부 측은 에어비앤비의 자발적인 미신고 숙소 퇴출 정책에 대한 기대를 거는 눈치이다. 에어비앤비는 이달 2일부터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미영업 신고 업소를 퇴출시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사기업의 자발적인 조치일 뿐이다.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있는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공유 숙박 서비스는 에어비앤비뿐만 아니라 부킹닷컴, 아고다 등 해외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은 물론,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공유숙소 제도가 미흡해 해외에선 충분히 통용되는 공유숙소가 국내에선 깡그리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공유숙소의 활성화를 제도로 틀어막고 불법화했다면 관리, 감독이라도 철저히 해야 할 텐데 그 대목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공유숙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 시내 숙박업소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중 90만 명대로 급감한 방한 외국인 규모가 지난해 1000만 명대로 급증하면서 객실 부족 현상에 시달린다. 여기에 정부가 2027년까지 외래객 3000만 명을 목표로 둔 만큼 현재 자원을 활용한 공유숙소가 중요하다.
공유숙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가까운 일본을 보자. 일본은 공유숙박을 합법화하기 위해 2017년에 과감하게 신(新)민박법을 만든다. 이는 2016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2403만 명을 돌파하면서 호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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