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바다에 오징어 실종"…울진은 그래도 웃는다
[여행 라이브] 동해안의 보물상자, 고수온 직격탄
방어·고등어·가자미 평소보다 더 저렴해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어획량도 확 줄었지만위축된 소비와 높아진 유가에 삼중고를 겪고 있네요.그래도 방어, 고등어, 삼치, 대구, 가자미 등다양한 어종은 오히려 더 저렴하게 구매하실 기회예요.(조학형 울진죽변수협조합장)
(울진=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오전 8시, 경북 울진군 죽변항 해산물 위판장은 여느 때와 같이 경매가 시작된다. 순식간에 싱싱한 수십 종의 생선 수천 마리가 바닥에 깔린다. 그런데 이맘때면 줄줄이 올라와야 할 오징어는 보이지 않는다.
'동해안의 보물상자'라고 불리며 수산물들이 넘쳐나던 울진마저 '고수온 현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제철에 나와야 할 수산물들의 어획량이 반토막 나거나, 폐사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직접 만난 울진의 어민과 상인들은 '2024죽변항수산물축제'(11.8~10)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주 어종은 뒤로 하고 때늦은 어획으로 다양해진 어종을 내세워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쥐치, 그 옆에 쥐치 할배인 '객주리'. 8월이 제철인데 이제야 올라와요."
수산물축제가 펼쳐질 주 무대인 죽변항 수산물 시장은 침체된 어황 때문인지 다소 한적했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 없이 눈인사와 함께 귀찮을 수 있는 생선 어종에 대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다.
시장을 둘러보면 대략 축제 기간 맛볼 수 있는 수산물들을 가늠할 수 있다.
샅샅이 둘러봐도 10월~11월에 제철인 오징어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저마다 가게 어항엔 온갖 수산물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재밌는 건 여름에 제철인 쥐치와 겨울에 제철인 방어가 공존한다. 여기에 돌돔, 강담동, 홍게, 멍게, 바위굴, 백골뱅이, 줄고둥, 문어 등이 어항에 가득하다.
조학형 울진죽변수협조합장은 "죽변항은 울릉도와 독도에 직선거리에 있고 신비의 거대한 수중 암초 '왕돌초'가 자리해 다른 곳보다도 어종이 다양하다"며 "여기에 기후 변화로 평소 많이 잡히지 않던 방어도 올라오고 있어 이번 축제에 더 다양한 어종을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획량이 줄어 단가가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예년보다 더 떨어졌다"며 "꼭 현지에 오셔서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울진 특산물 꼼치(물곰)는 걱정 없이 맛볼 수 있다. 수심 20~120m 바닥의 펼질에서 서식하는 심해어종으로 수온의 영향을 덜 받는다.
꼼치는 70~80년대까지만 해도 못생겼다고 해서 잡아도 다 버렸던 생선이다. 그러나 외모에 가려진 맛과 매력이 점차 알려지게 되면서 각광받게 됐다.
1년 이상 삭힌 김치와 마늘만 넣어 끓인 꼼치국은 시원한 국물 맛과 연두부 같은 육질이 어우러져 해장국으로는 최고다. 가격은 시가에 따라 다르지만, 죽변항에 자리한 우성식당에선 1만 8000원에 판다. 꼼치 수확량이 적을 때는 2만 원까지 호가한다.
문어도 울진에서 빠질 수 없는 특산물이다. 울진 문어는 문어 애호가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울진 앞바다에는 갯바위에서 참문어가 많이 잡힌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물고기가 다르지만, 문어는 일 년 내내 맛볼 수 있다.
다만, 울진의 명물인 '홍게'는 몸값이 다소 비싸졌다. 겨울에 제철인 '대게'를 대신해 이맘때 많은 이들이 찾았지만, 올해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효철 왕돌회수산 사장은 "홍게는 나오긴 하는데 수온이 따뜻해지다 보니 활어로 올라오는 것이 적다"며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손님들한테 권하기도 미안할 지경"이라고 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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