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못 받는데"…'계륵'된 중소여행사 티메프 이차보전
총 600억 중 62억 실행 그쳐…업계 "대출 여력조차 없어"
코로나19 끝나니 티메프 덮쳐…"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
- 김형준 기자
"코로나19로 받은 대출도 감당이 안 되는데 티메프까지 덮쳤잖아요. 새로 대출 받는 건 꿈도 못 꾸죠. 아마 좀 있으면 소규모 여행사업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될 거예요."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코로나19에 이어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 여행업계가 정부의 유동성 공급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티메프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 여행사들을 대상으로 600억 원 규모의 '이차보전'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실행률은 10.3%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차보전은 이자 감면 등
코로나19에 이어 티메프 사태까지 겹치며 추가적인 대출 여력을 상실한 영세 피해 업체들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피해 업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는 티메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7월 여행·숙박·항공권 분야의 대책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방안은 여행업계에 대한 이자 지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티메프 입점으로 피해를 입은 여행사 등 관광사업자에게 기존 대출 건을 대상으로 총 600억 원 한도의 이차보전(이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출 이자 지원 금리는 대기업의 경우 2.5%, 중소 여행사들의 경우 3% 수준이며 기존 문체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운영하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중소 여행업 현장에서는 정책 수혜를 대부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광분야 이차보전 지원' 사업의 실제 시행 규모는 지난 9월 26일 기준 62억 원에 그쳤다.
총 600억 원의 사업 예산 중 10.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건수로는 3건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 여행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 당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부채가 쌓여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입었어도 추가적인 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차보전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티메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대출 형태로 투입했지만 이마저도 피해 금액 대비 대출 금리 부담으로 접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권병관 우리여행협동조합 이사장은 "소상공인 여행사들은 코로나가 언제 끝날 지 몰라 당시 받을 수 있는 대출을 다 받았다"며 "코로나 긴급경영안정자금만 해도 버거운데 이자를 지원하더라도 더 이상 빚으로 빚을 갚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세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대출 이자 지원보다는 기존 코로나19 지원 자금에 대한 거치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사업 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 이사장은 "여행업계는 코로나19에 티메프가 겹친 만큼 영세 업체들에 추가적으로 거치 기간과 원금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는 등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티메프 미정산으로 인한 정부의 피해 대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중소 여행업체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 이후 진행한 이차보전 사업에 대한 소식은 처음 들어본다"며 "적극적으로 홍보가 됐다면 신청을 알아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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