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빵집 태극당에서 예술을 감상하다"…파라다이스 아트랩

장충동 일대서 개최…예술과 기술 결합한 작가 작품 10선
지역 브랜드들과 협업…태극당 전시부터 '족발반미'까지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전시가 이뤄지는 서울 장충동 P1에 미디어파사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파라다이스 제공)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평일 점심시간 무렵 서울 동대입구역 앞 장충동 일대. 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선 직장인 무리가 한 검은 건물 입구로 속속 들어간다.

건물로 들어서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미디어 아트가 방문객을 기다린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장충동 일대에서 열고 있는 '아트랩 페스티벌, 장충'의 전시장 모습이다.

아트랩 페스티벌은 예술가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라다이스(034230)가 전시를 지원하는 행사다.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아트앤테크' 작가 작품을 10점 내외로 선정해 대중에 공개한다.

올해 아트랩 페스티벌은 특별히 시민 누구나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지역 협력형' 예술 축제로 열린다. 파라다이스가 플래그십 호텔을 짓고 있는 서울 장충동의 지역적 특색을 담았다.

장충체육관 대로변에 전시장을 마련해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아끌고 있는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현장을 <뉴스1>이 직접 찾아봤다.

손여울 작가의 작품 'Weather Woven Living'.(파라다이스 제공)

◇기술과 예술의 만남…생각 잠기게 하는 '아트앤테크' 작품들

전시장 P1으로 들어서면 다채로운 색채의 미디어 아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손여울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웨더 우븐 리빙'(Weather Woven Living)이다.

미세먼지 농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날씨 데이터가 색채와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작가가 제작한 '개인 날씨 관측소'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에 따라 날씨를 형상화했다.

지하로 내려가면 철로 만든 갈대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나타난다. 전형산 작가의 '배타적 이접들#2; 바람의 속삭임'이다. 작품 앞에 설치된 마이크로 사람들의 소리가 들어가면 커다란 철제 구조물이 바람에 일렁이듯 움직인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과 환경을 마주하며 느끼는 인식의 변화와 소통의 과정을 담았다는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번잡하고 시끄러운 일상의 소음을 한 발짝 떨어져서 고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수민, 바조우 작가의 'M1%RROR'. ⓒ 뉴스1 김형준 기자.
이진 작가의 작품 'MORPH'. ⓒ 뉴스1 김형준 기자

옆에 위치한 P2 건물에는 조수민 작가와 바조우 작가의 'M1%RROR'가 전시돼 있다. 다중 디스플레이와 거울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봄과 동시에 작가들의 심상을 담은 이미지들을 마주할 수 있다.

자극, 휴식, 치유, 사랑, 행복, 즐거움 등의 감정을 영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에는 '스트리트우먼파이터'로 유명한 립제이의 예술적인 춤도 담겼다.

전시장 P4로 이동하면 박승순 작가가 장충동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상·오디오 드라마 'SWEETHOME.FM'(스위트홈 에프엠)을 감상할 수 있다. 홍난파, 안익태 작곡가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많은 관람객들이 숨죽여 집중하는 스팟이다.

장소 기반의 증강현실(AR) 기술로 귀여운 생명체인 '슬릿'을 만날 수 있는 작품 'SLIT'(슬릿)도 이번 아트랩 페스티벌의 인기 작품이다. 전시장은 물론 인근 장충단공원까지 흩어져 있는 QR코드를 찍으면 현장을 배경으로 한 휴대전화 속 캐릭터 슬릿이 나타난다.

기어이 스튜디오의 AR 기술 활용 작품 'SLIT'. ⓒ 뉴스1 김형준 기자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태극당에서 감성 채우기

1946년 장충동에 처음 문을 연 빵집 태극당도 예술 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고풍스러운 입구로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가면 1970년대 다락방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등장한다.

오주영 작가는 '1974 장충동 : 문학소녀의 비밀편지'라는 작품을 조성해 방문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작가의 할머니가 원고지에 직접 썼던 글을 기반으로 과거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인공지능(AI)과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시스템에 자신이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입력하면 해당 주제에 맞는 감성적인 글귀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태극당 본점. ⓒ 뉴스1 김형준 기자
태극당에 전시된 오주영 작가의 작품 '1974 장충동 : 문학소녀의 비밀편지'. ⓒ 뉴스1 김형준 기자

이처럼 올해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은 장충동의 로컬 브랜드들과 협업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전시가 시작되는 P1 앞 작은 마당에서 장충동 하면 생각나는 족발로 만든 반미를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예술' '우레카츠' 등 지역 맛집들과 개발한 특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아트앤테크'라는 색다른 전시와 장충동의 매력을 담은 콘텐츠에 방문객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점심시간 잠시 전시장을 들렀다는 직장인 이태준 씨(39)는 "직장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아 동료들과 산책하며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최근 하고 있는 생각들에 와닿는 작품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