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의 대변신…재활용 한 국내여행지 5

한국관광공사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 발표
낙후된 건물을 재생해 지속 가능한 여행 제시

부천아트벙커B39. 소각장 시절 사용했던 굴뚝이 남아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낙후된 건물이라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재활용 과정을 거쳐 새로이 주목받는 공간들이 있다. 자칫 사라질 뻔한 건축을 재생하여 지속 가능한 여행의 방법을 제시하는 곳들이다.

3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공간의 재활용' 주제에 알맞는 국내 여행지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추천 여행지는 경기 부천의 부천아트벙커B39를 비롯해 △강원 평창 '평창무이예술관' △충북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경남 거창 '거창근대의료박물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이다.

소각장의 모든 시설을 통제하는 중앙제어실에는 각종 장비와 기기가 보존되어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 쓰레기 소각장, 예술의 중심지가 되다…부천아트벙커B39

부천아트벙커B39는 부천시 오정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원래는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문을 연 이 소각장은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을 거치며 꾸준히 환경 파괴 문제가 제기되어 오다가 2010년에 폐쇄되었다.

폐쇄된 소각장은 수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2018년에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로 다시 태어났다.

부천아트벙커B39_높이39m에 달하는 벙커는 한때 쓰레기 저장조였다(부천아트벙커B39 제공)

이곳은 과거 소각장 구조를 보존하면서도 멀티미디어홀, 벙커, 에어갤러리 등 다양한 예술 공간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 예술을 추구하는 현대 미술품 전시와 친환경을 주제로 한 행사와 공연 등이 열린다. 부천의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옛 시골 학교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평창무이예술관(한국관광공사 제공)

◇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가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나무 복도 바닥, 칠판, 풍금 등 무이초등학교 시절 흔적이 곳곳에 남아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들의 전시와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하고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2층 규모 갤러리 카페도 갖췄는데 예술관 전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자 봉평 감자 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삐걱삐걱 소리마저 정겨운 옛날 학교 복도(한국관광공사 제공)
무이예술관의 명물, 봉평 감자 피자(한국관광공사 제공)

무이예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정크아트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오대호아트팩토리(한국관광공사 제공)

◇ 상상력 놀이터,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충주의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자그마한 폐교를 가득 채운 공간이다.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 오대호 작가다. 철과 플라스틱, 나무 등 버려진 재료에 기계공학적 기술과 상상력을 입혀 작품을 탄생시켰다.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키네틱아트(kinetic art)도 선보여 작품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트바이크를 타고 드넓은 운동장을 마음껏 누릴 수도 있다.

조선 시대 후기 대표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이었던 충주 목계나루 근처에는 담배창고였던 공간이 코치빌더라는 카페로 변신했다.

듀센버그를 베이스로 한 고풍스러운 레플리카도 볼 수 있는 코치빌더(한국관광공사 제공)
조명, 스피커 등 오대호 작가의 작품 세계는 폭넓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하는데 이곳에 전시된 올드카와 클래식카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벽면과 천장에는 차 계기반, 변속기, 휠 등 차량의 부품을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현대자동차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도 만날 수 있다. 코치빌더는 빵 맛집으로 입소문 난 곳. 충주에서 나는 밤과 고구마 등으로 빵을 개발해 선보인다.

1954년 지어진 옛 자생의원이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한국관광공사 제공)

◇ 역사와 치유가 어우러진 문화 공간…거창근대의료박물관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지닌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1954년에 지어진 옛 자생의원으로 거창지역 최초의 근대병원이다. 2006년 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설립자 고(故) 성수현 원장의 유족들이 시설을 기부하고 거창군청이 부지를 매입했다.

2013년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로 지정받은 후 2016년에 거창근대의료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재 의료전시관이 된 병원동은 당시의 처치실, 수술실, X선실 등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생김새가 낯선 옛 수술기구들과 의료시설들이 눈길을 끈다.

환자 대기실의 건너편에 수술실과 엑스레이실이 배치되어 있다(한국관광공사 제공)
전통주거에서 근대주거까지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는 병원동과 입원동(한국관광공사 제공)

의사가 거주했던 주택동에는 그 시절에 사용했던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요즘 거창근대의료박물관은 특색있는 근대의료문화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흥미진진한 근대의료의 역사를 듣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역사와 치유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의 공간으로 채워가고 있다. 때때로 박물관의 앞마당은 삶을 위로하는 힐링 콘서트의 공간으로 이용된다.

5·18민주광장에서 본 전일빌딩245(한국관광공사 제공)

◇ 5·18민주화운동의 흔적들, 광주 전일빌딩245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중 이 건물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한 총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현장 조사에서 모두 245개의 탄환이 확인되었고, 이는 헬리콥터 등 비행체에서 발사되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국과수 결론 이후 이곳을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5·18민주광장에서 본 전일빌딩245(한국관광공사 제공)
5·18민주광장에서 본 전일빌딩245(한국관광공사 제공)

지상 10층과 지하 1층 중 광주콘텐츠허브로 사용 중인 5~7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전시 공간은 10층과 9층이다. 외부에서 날아온 탄흔의 원형을 보존하는 장소다.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언을 참고해 제작한 멀티 어트랙션 영상도 재생 중이다. 모형 헬리콥터 UH-1H 기종과 M60 기관총, 전일빌딩245 주변을 재현한 디오라마 축소 모형, 왜곡의 역사, 진실의 역사 등을 주제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