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솔 만원·평상 2만원, 싸네?" 보령 머드축제 바가지 없었다

[기로에 선 K-축제⑨] 달라지는 지역축제…바가지 근절 '총력'
식당·숙박 상인들도 바가지 '경계;…외국인에게도 인식 '긍정적'

편집자주 ...과자 한봉지 7만원, 바비큐 한접시에 5만원. 비위생적인 환경과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축제 콘텐츠. 불과 지난해까지 국내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을 이 직접 암행취재 했다.

충남 보령 머드엑스포광장에서 열린 제27회 보령머드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보령=뉴스1) 김형준 기자 = 국내 최대 지역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보령머드축제'로 올해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방문객들은 덥고 푹푹 찌는 날씨에도 저마다 얼굴과 몸에 진흙을 잔뜩 묻히고 한껏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으며 대표 축제로 거듭난 보령머드축제가 방문객들에게 즐거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가지요금 없는 투명한 축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들은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부실한 바비큐 한 접시를 4만 원에 팔아 도마 위에 오른 남원 춘향제와 7만 원짜리 옛날과자로 비판을 받은 영양 산나물 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제주에서 '반찬' 수준의 해산물을 5만원에 제공한 노점 상인이 물의를 일으켰다.

충남 보령 머드엑스포광장에서 열린 제27회 보령머드축제에서 관광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보령시, 물가 잡기에 총력…부당요금 신고센터 운영

<뉴스1>이 직접 찾은 보령머드축제 현장은 바가지 물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상인들의 자정 노력이 더해져 '클린한'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령머드축제도 여타 지역 축제와 마찬가지로 '바가지 물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먹거리는 물론 축제장인 대천해수욕장 인근 숙소들도 일제히 값을 과도하게 올려받는 식이었다.

이에 보령시는 올해 지역경제과를 중심으로 부당요금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물가 관리에 나섰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축제 인근 상권의 물가를 점검하고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보령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특별한 사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점검 결과 수변의 파라솔 대여, 푸드코트 등의 가격 게시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평상을 대여한 피서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타 축제 논란됐던 행사장 외부도 바가지 '제로'

실제로 둘러본 대천해수욕장의 물품 대여 업체들은 파라솔 일일 대여 가격을 1만 원대로, 평상은 2만 원대로 설정하고 가격표를 게시하고 있었다. 식당들도 통상적인 관광지 수준의 가격을 설정하고 가게 앞에 메뉴판과 가격을 공개해 뒀다.

보령머드축제 행사에서 만난 대학생 이 모 씨는 "펜션의 경우 10만 원 정도의 가격에 예약했다"며 "식당들도 관광지니까 어느 정도 값은 있지만 특별히 비싸다고 느끼진 못했다. 여느 관광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근 상인들도 예전에 비해 바가지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축제장은 주최 측의 관리로 바가지 우려가 없지만, 외부 상인들의 과도한 영업이 축제의 이미지를 손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양 산나물 축제 옛날과자 논란도 외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축제장 인근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대천은) 부산 해운대, 강릉 경포대와 함께 3대 해수욕장으로 불리며 사람들이 몰려 바가지도 많았다"며 "최근엔 여행객이 줄기도 하고 위기감이 생기면서 바가지가 많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령머드축제 행사장에 마련된 푸드코트의 모습. ⓒ 뉴스1 김형준 기자

◇외국인 몰리는 머드축제…클린 운영으로 이미지도 UP

축제 행사장 안에 위치한 푸드코트에는 보령시의 출연기관인 보령머드축제관광재단이 관리하는 푸드트럭들이 늘어섰다.

푸드트럭에서 가족들과 닭강정을 먹던 정 모 씨는 "축제 바가지라는 말이 많은데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닭강정이) 만 원인데 양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이러한 지역 축제들의 긍정적인 변화는 점차 한국, 특히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보령머드축제 방문객 중 외국인 방문객은 8만 452명에 달했다.

축제 주최 측은 외국인끼리 방문한 관광객들이 행사장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통역 부스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친구와 축제를 찾은 한 호주인 관광객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외국인)이라면 머드축제를 콘텐츠로 접해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라며 "매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웃어 보였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