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이상 계좌이체만"…캠핑족 불편에도 '책임없다'는 플랫폼들
"사업자 책임 면제는 불공정"…도마 위 오른 '이용약관'
야놀자·여기어때 등 공정위 이용약관 직권조사 예정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최근 캠핑장 예약·이용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예약 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야놀자·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들은 이용약관 면책 조항을 통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방적으로 플랫폼 업체에 유리한 이같은 약관은 불공정 거래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직권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과 공정위는 최근 주요 5개 캠핑장 플랫폼과 해당 플랫폼에 등록된 100개 캠핑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5개 플랫폼에는 캠핑장 전문 플랫폼인 땡큐캠핑·캠핑톡·캠핏은 물론 종합 플랫폼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도 포함됐다.
두 기관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개별 캠핑장의 2박 이상 우선 예약제나 결제 수단 제한 등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와 함께 5개 플랫폼들이 사용하는 이용약관에도 불공정한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일례로 야놀자의 이용약관 26조를 보면 '상품 등은 판매자의 책임하에 관리·운영되고 회사는 통신판매중개자로서 서비스 운영상의 문제를 제외한 상품의 하자·부실 등으로 인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귀속되며 회사는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여기어때 이용약관 25조도 '회사는 제휴판매자와 이용자 간의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만을 제공할 뿐 재화를 판매하는 당사자가 아니며 재화에 대한 정보 및 배송, 하자 등에 대한 책임은 제휴판매자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이번 실태조사로 2박 이상 예약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1박 예약은 임박한 경우에만 가능하게 하고 결제는 계좌 이체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캠핑장 이용객들의 불편이 드러났지만 관련 약관에 면책 규정을 둔 플랫폼들은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처럼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을 배제하는 등의 조항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해 면밀하게 살펴본 후 다가오는 휴가철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캠핑장 이용자의 80%가량이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하고 있다"며 "개별 약관도 중요하지만 워낙 (캠핑장이) 산재해 있다 보니 일단 플랫폼 자체 약관을 먼저 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측은 캠핑장 등 예약 취소 시 위약금을 과도하게 산정하는 조항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취소 및 환불 위약금 등에 대해서는 플랫폼에 입점한 개별 업장이 별도 규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일률적인 적용이 이뤄지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약관 직권조사와 관련해 야놀자 관계자는 "관계 당국의 의사를 존중하고 조사가 벌어진다면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아직 (조사) 공문이 도착하진 않았지만 추후 발송 예정이라고 전달받았다"며 "어떤 구체적인 내용이 올지는 몰라 공문에 따라 조사하는 데 있어서 성실하게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 산업의 자체적인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랫폼이 개별 입점사의 권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입점 업체와 고객 개인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여기에 적극적으로 (플랫폼사가) 개입하면 오히려 플랫폼의 갑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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