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K-축제]"바가지는 잊어주세요"…'정찰제' 도입하는 K축제

②정부가 나선 바가지 요금 오명 씻기
가격·현장 책임자 표시

편집자주 ...과자 한봉지 7만원, 바비큐 한접시에 5만원. 비위생적인 환경과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축제 콘텐츠. 불과 지난해까지 국내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을 이 직접 암행취재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메뉴 이름과 가격을 영어로 안내하는 광장시장의 한 분식집 ⓒ News1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김형준 기자 = '지역 축제=바가지요금'이라는 오명으로 치명타를 입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상인들은 스스로 오명을 씻기 위해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정부도 축제 먹거리 가격 안정화 및 콘텐츠 다양화 등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뉴스1>이 직접 찾은 축제 중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한 곳들은 먹거리 물가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축제 콘텐츠도 다양화하는 등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정부가 지정한 '문화관광축제'를 찾는다면 바가지 등 불쾌한 경험은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관광축제는 국내 전체 축제 1170여개 중 25개에 불과하다. 아직 우후죽순 벌어지는 축제가 모두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정부가 이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만 정부는 이런 '모범 축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인근 축제들로 '자정작용'이 퍼져 축제 물가가 안정되고 지역의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정부가 관리하는 '문화관광축제'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996년부터 지역축제 중 문화적 가치와 관광 상품성을 인정한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는 1170개. 이중 '2024-2025 문화관광축제'로 25개를 선정했다. 선정한 축제에 2년간 국비 지원과 함께 홍보·마케팅, 수용 태세 개선 등 전문 상담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무엇보다 올해 정부는 문화관광축제 평가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축제 평가 및 지정 편람'을 개정해 바가지요금으로 인한 고객 불만 등이 여러 차례 발생한 축제는 평가에서 감점하고 가격 관리와 통제 역할이 미흡한 축제는 차기 문화관광축제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축제가 몰리는 지난달부터 학계·현장 전문가로 이뤄진 점검단이 불시에 현장을 찾고 있다. 먹거리 가격과 음식 제공량이 합리적인지를 파악하고 축제장 주변 비인가 노점 난립에 대처가 가능한지 등을 확인에 나서는 중이다.

물론, 점검단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최우수 문화관광축제 선정 과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솔 문체부 국내관광진흥과 사무관은 "전국 각지 축제도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심도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매년 개정하는 '문화관광축제 평가 및 지정 편람'을 배포하고 있다"며 "축제의 바가지요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개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 뱃놀이 축제에 걸린 '안전관리 현장책임자 실명제' 현수막ⓒ News1 윤슬빈 기자

◇ '가격·현장 책임자' 표시의무는 아니지만, 정부의 '바가지요금' 근절 움직임에 축제장에서 새로운 변화가 불고 있다. 먹거리 가격과 안전관리 현장 책임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축제장 곳곳에 걸려 있다.

먹거리 가격은 축제 개최에 앞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 통합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가 '축제 먹거리 알리오' 캠페인을 확대하면서 문화관광축제 25개는 물론, 전국 각지의 축제들도 대한민국 구석구석 페이지에 투명한 축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허윤신 한국관광공사 지역관광육성팀 대리는 "1200여 건의 지역 축제에서 메뉴 가격 등 정보를 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며 "지자체마다 타지역의 축제를 둘러보는데 특정 지역에서 '안전관리 현장 책임자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이를 너도나도 벤치마킹하는 좋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지역 축제장에서 먹거리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20~30 방문객 비율 상위 축제(2023년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

◇ 코스프레·특화메뉴…젊어지는 축제

전체적으로 축제를 방문하는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지만, 그중에서도 20~30대 선호도가 높은 축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23년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30대 방문객 비율이 높은 축제의 특징은 '도심권 개최'(인천, 대구, 수원), 교통편이 매우 편리함, 록·댄스 등 음악 관련 또는 치맥(치킨+맥주 조합), 커피 등 식음료 관련 축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에 각 지자체는 콘텐츠에 변화를 주고 있다. 푸드코트 등 먹거리 참여 수를 대폭 늘리고 특화 메뉴를 만들고 해외 내한 공연,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 등을 늘리고 있다.

품바 축제에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MZ세대의 참여객들ⓒ News1 윤슬빈 기자
축제 특화 메뉴(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음성품바축제(5.22~26)에선 품바(거지) 복장을 하며 축제에 녹아들 수 있는 '품바 길놀이 퍼레이드', '품바 하우스 짓기 경연대회', '전국 품바 래퍼 경연대회', '품바 셀럽 선발대회'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실제 축제의 장을 방문하면 품바 의상 체험 부스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나이 불문하고 긴 대기 줄이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춘천마임축제(5.26~6.2)에선 지역 특화 먹거리를 판매해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큰 화제 몰이 중이다. 강원도 메밀로 만든 막걸리인 '난장 막걸리'(디스틸러앤브루어)와 감자 맥주인 '감자아일랜드'(마임맥주)가 그것이다.

지역 주민의 참여를 도모해 지역 결속력을 확보해 이를 외지인까지 끌어들이는 전략을 내세운 축제도 있다.

문화관광축제 빅데이터 분석보고서에서 축제 전후 대비 현지인 방문객 및 소비액 증가율이 높을수록 외지인 증가율이 높다고 발표했다. 축제 전후 대비 방문객 증가율은 현지인 43%, 외지인 140%였으며 소비액은 현지인 15%, 외지인 49% 증가했다.

이에 화성 뱃놀이 축제는 △바람의 사신단(댄스 경연) △요트 꾸미기(지역 요트 사업자들의 LED 활용 밤배 꾸미기 경연), 창작배 콘테스트(관내 학생 대상 재활용품 배 경주) 등을 확대하거나 도입했다.

27일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 2018여주오곡나루축제에서 은하수 낙화놀이가 환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여주시 제공) 2018.10.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날개를 타고 알아서 뜨는 축제들도 있다. K-불꽃놀이라 불리는 낙화놀이이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전통 불꽃 쇼로 사극 드라마, 뮤비에 등장하기 시작한 후 SNS상에 '인증샷'을 위한 행사로 뜨고 있다.

대표적인 낙화놀이가 경남 함안 낙화놀이, 안동하회마을 선유 줄불놀이, 경기 여주 본두리 해촌낙화놀이, 전북 무주 반딧불축제, 제주 플로웨이브 낙화놀이 등이 있다.

함안은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최대 규모 전통 불꽃놀이가 열리는 곳이다. 인기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몰려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예약을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

1차 사전 예약신청은 마감이 된 상태고 2차 예약은 4월 10일 오전 10시 네이버 예약 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함안 무진정 일대에서 개최되는 낙화놀이는 액운을 없애고 백성의 안녕과 한해의 풍년을 기원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