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다른 매력"…새로운 '미식 여행' 찾는다면 호주 깁스랜드로

'이민자의 나라' 답게 다양한 조리법·문화 혼합…호주만의 독특한 식문화 발달
비옥한 땅에서 만든 와인 매력 '흠뻑'…곳곳에 와이너리·양조장 위치

호주 깁스랜드 지역 한 와이너리 풍경.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식재료. /사진 = 장도민 기자

(멜버른=뉴스1) 장도민 기자 = 고원 지역이면서 강과 바다, 호수, 습지, 숲 등 자연 모두 품고 있는 호주 빅토리아주 깁스랜드에선 유럽과 비슷하면서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미식'은 가장 흔한 콘셉트다. 매월 수십, 수백만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해외 맛집을 찾아 떠나다보니 유럽이나 일본, 중국의 유명한 식당 중 한국인에게 소개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미식 여행은 떠나고 싶지만 누구나 가보고 맛봤을 법한 곳이 싫다면, 답은 '호주'가 될 수 있다.

호주의 대자연과 신선하고 풍부한 식재료가 '미식 여행지'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호주의 음식은 유럽과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재료 손질 방법부터 조리법까지 많은 점이 다르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아 음식인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마늘 위주인 것처럼 말이다.

그중에서도 호주 빅토리아주 남동해안지방인 깁스랜드(Gippsland)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아직 덜 알려진 '미식의 천국'으로 불린다.

호주 깁스랜드 농가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의 오소부코.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농가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의 음식.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한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도식 커리. /사진 = 장도민 기자
양고기 소시지를 곁들인 호주 농가의 아침 식사.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산 양고기 소시지가 구워지고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이민자의 나라답네"…한 코스에 담긴 이탈리아·프랑스·미국·중국

이민자의 나라인 호주 그 자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바로 음식이다. 19세기부터 유럽과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에서 몰려온 이민자들의 음식 문화가 한 데 뒤섞이며 호주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형성했다.

한 식당의 특정 코스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즐겨먹는 오소부코와 프랑스식 소스를 곁들인 감자요리,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채소볶음이 담긴다. 이때 조리법은 정통 이탈리아 방식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한 코스에 세계가 담긴 셈이다.

호주 빅토리아 주 멜버른에서 차로 3~4시간, 경비행기를 타고 약 45분정도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 깁스랜드에선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어류를 날 것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통상적인 생각과 달리 깁스랜드에선 다양한 소스와 함께 회를 즐겨 먹는다. 페루식 날 생선 요리인 '세비체'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맛 볼 수 있는 회와는 모양, 담음새, 곁들이는 식재료 등이 모두 달라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호주 깁스랜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깁스랜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사진 = 장도민 기자

호주 셰프들은 '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세비체 이외에도 질 좋은 기름에 튀기거나 직화로 굽고, 와인에 졸이는 등 다양한 조리법에 호주의 식재료로 '향'을 첨가한다.

독특하면서도 거북하지 않은 이 향은 어떤 소금을 만들어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드니의 '모레나'(Morena)로 유명해진 페루 출신 알레한드로 사라비아 셰프의 멜버른 레스토랑에선 그의 노하우를 담은 소금을 따로 판매할 정도다.

다만 유럽이나 북미에서 즐겨 먹는 굴 요리는 호주에서도 날 것 그대로에 레몬즙이나 핫소스를 곁들이는 비슷한 조리법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조리법과 식문화가 다양하다보니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터키식으로 먹을까?" "이탈리아 식으로 먹을까?" "미국식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이 가능한 나라다.

깁스랜드 로크(Loch) 지역 양조장에서 판매용 위스키, 진, 럼을 진열해 놨다. /사진 = 장도민 기자
깁스랜드 로크(Loch) 지역 양조장에서 위스키, 진, 럼이 숙성되고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술에 진심인 나라 '호주'

호주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만큼 여러종류의 술과 술 문화가 발달했다.

포도를 키우기 적합한 기후와 드넓은 대지에선 쉴새 없이 와인의 원재료가 생산되고 있고, 식탁에 오르며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다.

실례로 깁스랜드 메탕(Metung) 지역에서 멜버른으로 이동하면서 본 와이너리의 간판만 20여개였을 정도다.

호주에선 와인을 장기간 숙성하기보단 생산된지 4~5년 이내의 젊은 와인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호주 유명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에서는 유럽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종류·빈티지의 와인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녁 한 끼 식사에 곁들이는 와인이 비교적 젊다는 의미다.

호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품종은 샤르도네, 시라즈, 피로누아르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와인 체험과 함께 식사, 숙박까지 묶은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보니 여행객이라면 한번쯤 경험해 볼만하다.

호주에선 술에 다른 식재료를 섞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다. /사진 = 장도민 기자

위스키나 진, 럼 등도 발달했다. 호주만의 독특한 식재료를 섞어 발효하는 여러 주류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맛과 향을 경험하게 한다.

특히 깁스랜드 로크(Loch)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 로크 브루어리(Loch Brewery and Distillery)에선 귤을 넣어 발효하는 숙성주와 볶은 커피를 보리·맥아와 함께 발효한 맥주 등 색다른 주류를 맛 볼 수 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