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이 비웃은 '영양군'…은하수 쏟아지는 곳이었다[여행기자 픽]

관광 인프라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빛공해 없는 '별천지'
국내 최대 자작나무 숲 올해 공식 개장…스파타운도 개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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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자작나무 숲ⓒ 뉴스1 윤슬빈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구독자 수 306만 명의 유명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혹평을 해 논란이 일었던 경북 영양군은 정말 여행지로서 부족한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은 '노'(No)이다.

최근 피식대학이 올린 영상이 '지역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영상은 '출연자 한 명이 경상도인임을 호소하며 경상도 여행을 한다'는 콘셉트의 시리즈물로 출연진들이 경상북도 영양을 직접 찾은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선 출연진들은 "인구 1만 5000명 맞나?" "강이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네" 등의 혹평을 하거나 한 백반집을 방문해 "메뉴가 특색이 없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햄버거가 천상의 맛일 것" 등의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에 논란이 일자, 피식대학 측은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의 영상을 삭제했으나, 온라인에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교통 인프라 부족·인구 소멸 위기 지역

경상북도 영양군은 사실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은 지역이다. 군내에 기차역이 없고 고속도로와 맞닿아 있지 않다.

영양 IC에서 영양 읍내로 들어가는 데만 해도 자동차로 30여 분이 걸린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지만, 서울 출발 기준(동서울터미널) 약 4시간이나 소요된다. 산간 지역에 속해 2차로 급경사 길에 차로 가기도 쉬운 편은 아니다.

호텔도 전무하다. 주요 포털에 숙박업소를 검색하면 여관, 한옥민박, 펜션 등 대략 20여 곳이 나온다.

대표적 인구소멸 위기 지역으로도 꼽힌다. 영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에서 사망한 사람은 281명이지만 출생한 신생아 수는 29명에 불과하다.

국제 밤하늘 공원에 자리한 천문대 ⓒ 뉴스1 윤슬빈 기자

◇ 국내서 손꼽히는 별천지관광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많지만, 관광업계에서 영양군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국내서 손꼽히는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 및 오지여행 전문가인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국내에 별 관측하기 좋은 곳은 많은데 그중 영양군은 가히 최고의 여행지"라며 "빛공해가 가장 적은 지역으로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조용하게 사색하거나 캠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통·숙소 등 관광 인프라를 개발할 잠재성이 많다"며 "통일성 없이 타 지역을 베끼는 곳들이 많은데 영양만의 콘셉트를 갖고 잘 가꾼다면 오지여행 콘셉트의 여행지로서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밤하늘 보호공원 전경 ⓒ 뉴스1 윤슬빈 기자

영양군은 '빛공해'에서 자유로운 곳이다. 오죽하면 슬로건이 '별천지 영양'일까.

영양군엔 아시아 최초(2015년 10월 31일 지정)로 지정된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이 있다. 이곳에 자리한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선 여름철 밤하늘의 별과 함께 자연에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

천문대에선 밤이면 행성, 성운, 성단, 은하와 달을 관측할 수 있는데, 사실 구름이 많이 끼인 날을 제외하곤 맨눈으로도 쏟아지는 별과 선명한 별자리,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밤하늘 보호공원에선 하룻밤 기거할 수도 있다. 청소년수련원(6실), 펜션(9실), 캠핑장(37개) 등 숙박 시설이 다양하게 있다. 여름철엔 워낙 많은 여행객이 몰려 부지런히 예약해야 한다.

수령 30년생 자작나무ⓒ 뉴스1 윤슬빈 기자
거울을 이용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자작나무숲ⓒ 뉴스1 윤슬빈 기자

◇ 올해 공식 개장하는 국내 최대 자작나무숲

국내 최대 자작나무 숲이 영양에 있다. 검마산 아래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산골마을인 죽파리에 있는 숲엔 수령 30년생 자작나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보다 3배나 크다.

숲 입구까지는 마을에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입구부터는 숲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걸어서 올라가거나 영양군이 도입한 전기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숲까지 3.2㎞로 도보로 1시간, 전기차량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다만, 공식 개장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입구로 가는 길이 잘 다져져 있지 않은 편이다. 영양군은 올해 상반기 내 개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

외씨버선길도 국내 트레킹 애호가들에게 손꼽힌다. 청정지역인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군이 모여 만든 4색(色)길 중 하나로 총 13길 중에 4~7길이 영양에 걸쳐 있다. 매년 5월엔 '영양산나물축제'도 열린다.

음식디미방의 가양주 만드는 법을 재해석해 만든 영양 막걸리(영양군청 제공)

관광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심명희 영양군청 주무관은 "자작나무 숲 인근에 스파타운 등을 조성하고 풀빌라 형태의 숙소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 주무관은 이어 "지난해엔 폐업한 '영양양조장'을 교촌F&B와 협업해 부활시켜 삼양주 막걸리 '은하수'를 선보였다"면서 "대량 생산이 되지 않아 아직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지만, 미식가들에겐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