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처음 데리고 나왔어요"…장애·비장애 벽 허문 '이 축제'

4일 파라다이스시티서 '제14회 아이소리축제' 열려
초여름 날씨에도 2000여 참가자 어울리며 '방긋'

최윤정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이사장과 오윤아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이사가 아이소리축제에 참여한 아이들과 초대형 협동화 만들기에 참여하며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인천=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아이가 너무 좋아하니까 저도 행복하네요. 이런 축제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날 연휴 첫날인 지난 4일, 인천 영종도에 소재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의 컬처파크에서 장애·비장애 아동 가족 2000여 명이 함께 어우러진 행사가 열렸다.

파라다이스(034230) 그룹이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어울려 문화 예술을 즐기자는 취지로 14회째 열고 있는 '아이소리축제'다. 때이른 초여름 날씨에 짜증이 날 법하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약 7시간 이어진 행사 내내 아이, 부모, 봉사자들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컬처파크 잔디밭 광장에 마련한 무대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News1 윤슬빈 기자
수많은 체험형 부스가 설치돼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 '장애의 벽' 허문 어린이날 축제

축제장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지금 뛰어노는 아이가 장애 아동인지, 비장애 아동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경계 없이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아이소리 축제'가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건 올해로 두 번째다.

1회부터 10회까지 파라다이스 그룹이 보유한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열렸다. 당시엔 대학 축제를 접하고 싶은 장애인 청소년 800여 명과 대학생을 일대일로 매칭해 계원예대 축제를 경험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를 확장해 장애·비장애 아동 가족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열기 위해 축제 장소가 파라다이스 시티로 옮겨졌고 규모가 더욱 커졌다. 참고로 11, 12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14회째 아이소리축제는 파라다이스시티 컬처파크의 야외, 실내 공간 전체를 활용해 진행됐다.

계원예대를 비롯해 서울대, 백석대, 국민대, 용인대, 신한대, 중앙대 등 대학 동아리 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아트 체험 부스와 파라다이스 임직원 봉사자와 퀸비스토어가 함께하는 친환경 '그린 파라다이스' 부스는 한 곳도 빠짐없이 참여객들로 가득했다.

직접 손으로 그림을 만져 감상할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명화 감상'과 발달장애인 작가 '백종하의 캐리커처', 심리 안정 치료를 위한 '스누젤렌' 공간, 핸드 스피크의 '수어 K팝 공연' 등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잔디 광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선 마술, 버블, 케이팝 가수 공연이 이어졌다.

최윤정 파라다이스 부회장 겸 복지재단 이사장은 "여러 대학교에 대학생 봉사자분들의 재능 기부와 다양한 기업들의 따뜻한 후원으로 예년보다 더욱더 풍성한 축제의 장을 열게 됐다"며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으로 진정성 있는 통합 축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일일 봉사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체험 교육을 하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대학생 봉사자들과 소통하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 News1 윤슬빈 기자
직접 손으로 그림을 만져 감상할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촉각 명화 감상'ⓒ News1 윤슬빈 기자

◇ 집에서 보낸 어린이날, 이젠 세상 밖으로

무엇보다 이번 축제엔 부모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 인천 구월동에서 태어나자마자 의료 사고로 거동하지 못 하는 박은서(11) 양을 홀로 키우는 한부모인 장지윤(40) 씨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격스러운 감정을 전했다.

장 씨는 "아이가 11살인데 어린이날 행사를 처음 데리고 왔다"며 "사실 휠체어를 탄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나갈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 행사는 모두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거니까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 아동인 이윤후(6)군 엄마 민지혜(38) 씨도 "아이가 활발하게 잘 노는 편이지만, 어린이날엔 보통 선물만 주고 집에서 보냈다"며 "어딜 가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인지 계단이 없는지 항상 신경 써야 하다 보니 기껏해야 넓은 공원이나 숲 등을 다녔다"고 했다.

비장애인 아이들과 부모 역시 행사를 즐기는 데 거리낌 없었다. 부모, 언니와 함께 참여한 민예빈(12)양은 "실내에서 쿠션에 앉아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 대한 영상을 봤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며 "장애를 가진 애들을 보면서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예빈 양의 아빠 민경삼(43) 씨도 "휠체어를 탔다고 정신적으로 미숙하다고 해서 장애 아동들이 불편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더 이해하고 같이 잘 어울려 지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태풍으로 취소될 위기 속에 임직원들의 순발력으로 메가 클럽인 크로마에서 열린 제13회 아이소리축제(파라다이스 제공)

◇ 남몰래 이어온 장애인 복지 지원

파라다이스 그룹은 '카지노'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이란 인식에 가려졌지만, 윤리경영 원칙으로 자선적 사회공헌 사업에도 적극성을 띄고 있다.

1994년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한다는 취지에서 파라다이스 복지재단을 설립한다. 이는 창업주인 전락원 회장이 강조해 온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을 두고 있다.

복지 가운데에서도 '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아동과 청소년 교육·치료에 필요한 차별화된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이들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현재 아이소리축제 외에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인형극인 '버디&키디', 청각장애 아동의 가창능력을 증진하는데 목적을 둔 음악 교육 '아이소리 앙상블', 장애인 기관 교구를 살균 및 소독하는 '클린하트' 등을 10년 이상 운영 중이다.

김영종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선대 회장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0년 전 그룹 규모에 비해 복지·문화재단, 비영리 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주목받는 것을 보면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소리축제를 두고 하루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1박 2일로 프로그램을 확장할지 논의 중"이라며 "또 파라다이스시티를 비롯해 부산 호텔, 스파도고에서도 개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