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아버지, 휠체어로도 바다여행 할 수 있는 강릉에 함께 와요"
지난 19일, 지체·시각 장애인과 무장애 강릉여행 체험
‘장애인의 날’ 기념 행복 나눔여행 행사 진행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강릉=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번쩍 들어올린 장미란 선수. 당시 그의 환호 뒤편에선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리는 한 중년 남성이 포착됐다. 바로 장미란 선수의 아버지 장호철씨. 딸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광저우 현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을 보내던 한국 관중을 향해 감사의 큰절을 올린 것이다. 장 선수 아버지의 모습은 중국 매체에도 보도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국민적 영웅이 된 장미란 선수는 교육자의 길을 거쳐 대한민국을 위해 소임을 다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됐다. 딸의 두 다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다리는 힘을 잃고 말았다. 몇년 전 사고를 당해 그만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것이다.
장미란 차관이 지난 18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및 동행자 40여명과 함께 국내 1호 '무장애 관광지' 강릉을 찾았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강릉에 와야겠어요."
◇ "아버지 모시고 한 번 와야죠"
이날 열린 '행복 나눔여행' 기념식에서 장 차관은 "아버지도 거동이 안 되셔서 휠체어를 타시는데 이번 여행을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동선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보고 좋은 점은 물론, 불편한 점이나 안전상 우려되는 부분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짚었다.
장 차관은 "가족끼리 여름에 바닷가 근처를 가볼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 '연곡 해변'을 알았으니 당연히 다시 오려 한다"며 "카라반 같은 경우는 경쟁률이 치열해 예약이 가능할진 모르겠지만"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장 차관과 여행단이 감탄을 금치 못했던 곳은 '연곡솔향캠핑장'이었다. 2020년에 선정한 열린관광지로 캠핑장 내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동선이 정비돼 있고 국내 최초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 가능한 카라반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수상 휠체어'는 시각 장애인, 지제 장애인 모두 흡족한 반응을 모였다. 부표로 이뤄진 바퀴로 만들어진 특수 휠체어다. 모래사장에서도 잘 굴러가고 물에서도 뜰 수 있게 제작됐다.
지체 장애인 정연주 씨(28)는 "바다를 이렇게 가까이 본 게 몇 년 만인지 진짜 좋았다"라며 "일반 휠체어로는 모래사장을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가 들어서 데려오지 않은 이상 해변을 거닐기 힘들다"고 말했다.
◇ 장미란 차관이 즐긴 무장애 강릉 코스는?
"한솔 씨, 맷돌 돌리다가 힘들면 말해요. 여기 힘 잘쓰는 선수 있으니까"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강릉시 소금강 마을 에코센터에서 시각 장애 유튜버 김한솔 씨를 비롯해 청년 시각 장애인과 초당 순두부 만들기를 하며 웃음 꽃을 피웠다.
장 차관은 마치 누나 또는 언니처럼 시각 장애인 한명씩 역할을 정해주고 차근차근 맷돌에 콩과 물을 넣고 가는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역할을 바꿔가며 맷돌을 돌리던 시각 장애인들이 지친 내색을 보이자, 장 차관이 직접 나서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 차관이 어이를 돌리자 김한솔 씨는 연신 "갈리는 느낌이 다르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날 장미란 차관이 함께한 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제44회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한 '행복 나눔여행'이다. '행복 나눔여행'은 지난 2017년부터 장애 유형별로 맞춤형 1박 2일 여행 코스를 기획하고 제공하는 사업으로 매년 20회차 이상 운영하고 있다.
행복 나눔여행단의 강릉 여행 일정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간 이어졌다. 18일에 월화거리와 중앙시장, 커피박물관 등을 방문했다.
19일 오전에는 열린관광지인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을 둘러봤다. 장 차관은 오후 '나눔여행'을 기념하는 행사부터 참여했다.
이어 장 차관과 나눔여행단은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카라반과 캠핑 시설, 보행로를 갖춘 '연곡솔향캠핑장'에서 도보여행과 수상 휠체어를 체험하고 '소금강마을 에코센터'도 방문해 초당 순두부 만들기에 나섰다.
◇ 제1호 무장애 관광도시, 강릉강릉시는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관광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 식음시설, 숙박시설, 여행 서비스 등을 잘 갖추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 도시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2년 첫 번째 '무장애 관광도시'로 강릉시를 선정했다. 총 3개년에 거쳐 강릉에 총 사업비 80억 원을 투입해 무장애 관광교통 개선, 관광시설 접근성 개선, 무장애 관광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관광 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 특장 차량 6대를 도입하고 무장애 차량 승하차장 9개소를 설치했다.
휠체어로도 접근이 용이한 열린관광지는 7개나 된다. 2016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을 시작으로 안목해변커피거리, 경포해변, 연곡해변 캠핑장,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강릉통일공원, 솔향수목원 등 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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