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드는 것보다 공직이 더 무겁네요" 차관으로 변신한 '로즈란'
[인터뷰]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국민에게 관광이 스트레스 해소 요소 되길"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강은성 기자,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강은성 이재명 기자 = "부모님께서 '너는 (나라에서) 혜택을 입었기 때문에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거든요. 차관직을 처음 제의받았을 때 부모님의 그 말씀이 고민하던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지금도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장미란. 300kg 넘는 바벨을 들어 올리며 대한민국 여자 역도 사상 최고 기록을 써낸 그가 대한민국의 관광과 체육을 번쩍 들어올려야 하는 임무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맡은 지 9개월이 지났다.
그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입었다'고 말하지만, 선수 시절 장 차관이 들어 올렸던 것은 비단 바벨만이 아녔다. 국민들에게 환희에 찬 희망을 끌어올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거머쥐는 그의 영상은 1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히 찾아보며 위로를 받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그의 옛 경기 영상들엔 "공시생인데 마음이 힘들 때마다 보러 온다", "얼마나 위대한 도전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존경심에 눈물이 나온다"는 찬사와 존경의 댓글이 꾸준히 달린다.
선수 시절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챔피언'으로 뽑히기도 했던 그는 십수 년의 세월에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집무실에서 만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지난해 임명 당시보다 관광과 체육 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 익숙지 않은 '관광'이었지만
"차관 일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우하하하!"
온 얼굴로 크게 활짝 웃는 장 차관의 표정은 그간 그가 남몰래 노력했을 고생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지는 웃음이었다.
체육학과 교수로 지도자, 교육자의 길을 가고 있던 장미란 차관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그의 성격은 그랬다. '이걸 내가 어떻게 감당해?' 하는 의문보다는 '일단 부딪혀 해 내보자'는 도전과, 이를 반드시 이루어내는 지독한 성실함이 그의 성정이었다.
'체육인이 행정을 알겠나'라는 세간의 눈총은 그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일단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뒤늦게 시작한 역도도 그렇게 해냈다.
장 차관은 "차관으로서 관광, 체육 활성화를 접근하니까 사실 무겁고 어려웠다"며 "하지만 생각을 바꿔 나 역시 한사람의 국민으로서, 40대 여성의 입장으로서, 관광 또는 체육 분야에 어떤 것이 있으면 좋을까 생각하니 조금은 접근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차관 임명 후 익숙하지 않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약 15년의 선수 생활중엔 11월 세계대회가 끝난 후 고작 일주일 정도 쉬는 것이 전부였던 그다. 휴가를 가도 먹고 쉬는 것만 했다면 이제 일부러 관광객 많은 곳을 찾아다니고 경험한다.
그가 맡은 업무가 체육과 관광의 '진흥'이기 때문이다.
장 차관은 "지난해 가족 휴가로 여수에 갔을 때 일부러 아르떼 뮤지엄을 찾아가고 해상케이블카를 타봤다"며 "어디든 뛰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관심 두지 않았던 케이블카였지만, 노약자분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경험하게 되면서 이젠 어디를 가더라도 무장애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관심있게 보게 된다"고 했다.
◇관광으로 국민을 건강하게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아왔던 그답게, 그가 바라는 관광에는 체육이 녹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관광으로 국민을 건강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체육과 관광 분야를 아우른 '스포츠 관광' 활성화는 그가 내세운 가장 큰 과업이기도 하다.
장 차관은 "좋은 관광지를 가서 보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많이 힘들 때 스트레스를 푸는 게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국민들에게 체육과 관광이 그랬으면 한다"고 했다.
장 차관이 9개월간 다닌 국내 출장지는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지난 3월에 다녀온 '태안 신두리 해변'을 꼽았다.
그는 지난 3월 국민들과 함께 당일 기차여행으로 충남 태안을 다녀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여행가는 달 캠페인' 일환으로 선보인 3만원의 당일 기차여행상품 '여기로'에 참여했던 것. 추첨을 통해 여행객 1만 7000명을 선정했는데 13만 명이 몰리면서 7.6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 차관은 "처음으로 해변 맨발 걷기를 해봤다"며 "개인적으로 순환과 자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시원한 갯벌과 강낭콩만한 고동을 밟으며 발이 지압되면서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해 '몸이 순환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로즈란의 미식 여행…유튜브 도전?
'장미란'이라는 이름이 가진 영향력은 매우 크다. 다른 사람보다 그의 활동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때로는 국내 관광을 홍보하는 역할이 되기도 한다.
장 차관은 "제가 하는 홍보가 얼마나 역할을 할지 모르겠다"고 겸양하면서도 "이런 저라도 홍보가 된다면 열심히 다니면서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 주에는 청년들과 함께 대구 팔공산 등산을 하고 막창거리를 가보기로 했는데 이는 나중에 문체부 유튜브에서 공개할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평소 요리에 자신 있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에 진심인 그는 차관이 되기 직전까지 주변에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라는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장 차관은 막연히 계획만 갖고 있었다. 문체부에선 이를 놓치지 않고 'K-미식 관광' 알리는 데 장 차관을 활용할 계획이다.
장 차관은 "실제로 문체부 유튜브에서 체육, 관광 분야 주요 정책을 소개하다 깜짝 이벤트로 체육인, 관광인을 초대해 요리 토크를 하자는 계획이 있었으나, 바쁜 일정에 미뤄뒀다"며 "말씀 주셨으니 다시 추진해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랑스 파리 내 한식당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2023년 미쉐린 가이드 뉴욕 레스토랑 71곳 중 11곳이 한식당일 정도라는 등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며 "한식은 그 자체로 대표적인 K-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문체부 차원에서도 미식관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미식 관광지'로 본인의 고향인 '원주'를 꼽았다. 그는 "치악산 둘레길을 아침에 걷고 내려와서 두부집에서 한끼를 해결하고 '한지 문화 박물관'이나 '뮤지엄 산', '출렁다리'를 둘러보고 중앙시장으로 와서 메밀전이나 골목 지하의 떡볶이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시장 지하에 중학교때부터 다녔던 떡볶이집이 있다"고 전했다.
■ 대담=강은성 성장산업부장, 정리=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장미란 차관 프로필
△1983년생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출생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5년 고려대학교 입학
△2005~2009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2 평택 아시안선수권대회 금메달
△2013~2017년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
△2015~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
△2016년 용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2023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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