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먹힌다" 韓 노리는 美·中·日 공룡 여행사…M&A 노릴수도
올해 1~2월 국민 해외여행 수요, 2019년 96% 수준
라쿠텐 트래블·호텔스닷컴·트립닷컴, 마케팅 확대
-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국내 선두 여행 기업들의 매각 소식에 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글로벌 여행 기업들은 올해부터 한국 시장 확대를 선언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대형 여행 기업의 임원들이 방한해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해외를 나간 국민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한 2019년(2871만명)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공룡 여행사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관광통계 자료를 보면 올해 1~2월 국민 해외관광객 수는 528만명이다. 2019년과 비교해 96% 수준으로 회복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해외여행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기준 여권을 보유한 국민 수는 전체 인구 대비 17%에 불과하고 전년 출국자 수도 2019년 대비 약 47%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 미국 등 글로벌 OTA가 한국을 더욱 주목하는 이유다.
◇ 글로벌 여행기업 대표들 연달아 한국행
일본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라쿠텐 트래블은 한국 관광객 중 10% 정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라쿠텐 트래블은 일본의 매출액 20조에 달하는 IT 대기업 라쿠텐 그룹 산하의 OTA다.
한국 시장을 상대로 일본여행 상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2014년이지만, 올해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의 신용카드사, 항공사 등과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2025년 상반기엔 전 세계 국가의 숙소도 판매하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화'를 앞두고 있다.
올해로 한국 시장 진출 20주년을 맞은 호텔스닷컴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존 지젤만 익스피디아 브랜드 대표와 피터 컨 익스피디아 부회장 겸 CEO가 한국을 찾아 이같은 전략을 발표했다.
호텔스닷컴은 세계 2위 OTA로 익스피디아그룹 자회사다.
방한 당시 피터 컨 CEO는 "한국 여행 산업의 빠른 회복세를 확인했다"며 "기술적 관점에서 한국은 여행·관광 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했다.
호텔스닷컴은 올해부터 AI 기술을 활용한 △여행 가이드 △여행 플래너 △스파트 쇼핑 등 주요 신기능을 선보이는 중이다.
◇ 전 세계 대상 '한국여행' 역할까지
이미 한국인 상대로 해외여행 시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트립닷컴은 방한 관광시장까지 접수하겠다는 목표다.
트립닷컴은 세계 3대 OTA로 꼽히는 중국 상하이 트립닷컴그룹의 자회사다. 트립닷컴그룹은 트립닷컴 외에 씨트립, 스카이스캐너, 취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엔 지난 2017년 씨트립으로 진출한 트립닷컴은 2019년에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지난 1월엔 경기관광공사, 2월엔 파라다이스시티와 공동 마케팅 업무 협약을 맺었다.
트립닷컴은 이미 한국 내에서 해외여행 수요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전체 여행사 가운데 항공권 누적 실적은 8위를 기록했다. 한국 진출 처음으로 상위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으로 글로벌 OTA로는 유일한 기록이다.
아직은 이르지만, 알리바바그룹의온라인 여행 서비스 플랫폼 플리기(FLIGGY)의 한국 사업 확장도 점쳐지고 있다. 2016년에 출범한 플리기는 중국인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운영 중이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엔 국내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인 호텔패스와 시스템 연동을 통해 실시간 한국호텔 예약 서비스를 개시했다. 400개 이상의 항공사 및 여행사와의 제휴를 통해 8000여 개 관광지, 60만 개 호텔, 수십만 개의 지역 오락활동을 제공한다.
업계 내에선 글로벌 여행 기업들의 한국 시장 확대가 국내 여행 기업을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업계 선두 기업인 하나투어(039130)와 여기어때는 매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몇 년전부터 글로벌 OTA 진출이 한국 여행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엔데믹 이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몇 년전 모 글로벌 OTA가 업계 5위권 내에 드는 여행사 인수를 시도한 만큼 하나투어나 여기어때가 해외 기업에 먹히는 것이 가능성 없는 얘기는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희망이었던 선두 기업들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며 "OTA에 인수된다면 정말 업계에 큰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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