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퐁뒤'만 찾으면 아쉬울걸…"밤 축제는 또다른 매력"

스위스 남부 미식여행 ① 티치노
이탈리아와 똑닮은 문화…살루미·와인 먹거리 풍부

티치노의 대표 전통 시장으로 꼽히는 벨린초나 토요시장ⓒ 뉴스1

(티치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스위스 음식'이라고 하면 치즈 요리인 '퐁뒤'정도 떠올리기 마련이다. 주변 유럽 국가와 비교해 이름이 알려진 요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위스 최남단 지역인 티치노로 떠나면 얘기가 다르다.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먹거리를 자랑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알프스 남쪽면에 자리한 티치노는 지중해성 기후에 스위스에서 가장 햇살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 따뜻한 기후와 국경이 닿아 있는 이탈리아 영향으로 먹거리는 넘쳐난다.

주요 먹거리로는 여느 스위스 지역과 마찬가지로 치즈가 있고 이에 더해 와인, 폴렌타(옥수수 죽), 리소토, 살루미(소금에 절인 고기) 등이 있다.

이맘때면 '밤'이 유명하다. 스위스 밤나무의 98%가 티치노에 있다. 18세기 감자와 옥수수가 등장하기 이전까진 중요한 주식이었다. 현재는 밤을 다양한 방식의 디저트나 군밤으로 먹는다. 아스코나에선 '밤 축제'도 연다.

벨린초나 구시가지ⓒ 뉴스1

◇들뜨는 살루미 쇼핑…벨린초나 토요 시장

이탈리아식 햄인 살루미(Salumi)는 티치노에서 유명하다. 살루미는 소금에 절인 고기를 뜻하는데 돼지나 소, 염소 고기로 만든다.

티치노에선 가족과 마을 공동체가 모여 돼지를 도살하고 고기를 가공하는 '마짜'(Mazza)라는 전통이 있을 만큼 오랜 살루미 역사를 지니고 있다.

프로슈토(얇게 썰어 익히지 않고 건조한 햄), 라도(허브 향신료로 지방을 경화한 햄), 브레사올라(공기 건조 및 소금에 절인 햄), 관시 알레(돼지 목살이나 볼살로 만든 햄) 등을 포함해 만드는 방식, 부위에 따라 종류가 수십개나 된다.

벨린초나 토요 시장으로 들어서는 현지 사람들의 모습ⓒ 뉴스1

티치노 살루미를 구매하기 가장 좋은 곳이 벨린초나의 '토요 시장'이다.

벨린초나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나란히 지정된 세 개의 고성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 가운데 중세시대 건물로 둘러싸인 '피아짜 노제토' 광장엔 토요일이면 '먹잘알'들의 지갑을 절로 열게 하는 시장이 열린다. 티치노를 상징하는 색인 빨간색과 파란색 천막으로 이뤄진 나무 부스와 트럭들이 광장에 깔린다.

외지인의 눈을 확 사로잡을 만한 모양으로 줄줄이 달려 있는 살루미ⓒ 뉴스1
수많은 종류의 살루미ⓒ 뉴스1
살루미를 비롯해 치즈와 각종 식료품을 판매하는 트럭ⓒ 뉴스1

시장에서는 전통 조리법에 따라 만든 '살루미'는 물론, 티치노에서 재배한 제철 과일과 산악 목초지에서 생산한 치즈 등을 판다. 특히 살루미를 판매하는 부스와 트럭이 대다수다.

이밖에 티치노 빵을 비롯해 각종 생활 용품과 장인과 공예 전문가들이 만든 장식품이나 옷, 수공예품도 만나볼 수 있다.

사계절 가운데 토요 시장이 가장 풍성해지는 계절은 가을이다. 풍미 가득한 플렌타가 오랜 기계에 섞이며 냄새와 매콤한 루가니게타(살루미)가 그릴 위에서 지글지글 끓고 고소한 군밤 냄새가 퍼지는 시기다.

토요 시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열린다.

루가노ⓒ 뉴스1

◇현지인 추천 맛집 둘러보기…'루가노 미식투어'티치노에서 현지인이 맛을 보장하는 맛집만 데려가는 투어를 참여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기후와 문화가 많이 닮아 있는 도시 '루가노'로 가면 된다. 이곳에선 와인&미식 투어가 인기다.

루가노는 문화적으로 이탈리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이유에서인지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들이 많다.

오랜 과거에 이탈리아의 땅이었으며 티치노 주가 19세기 후반 스위스 동맹에 합류하면서 스위스 땅이 됐다. 지금도 도시 전반에는 이탈리아 문화가 스며 있고 지역 주민 대부분 이탈리아계다.

루가노 거리를 걷다보면 살루미를 걸어놓은 가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뉴스1
베르나스코니 가스트로노미아에서 내놓는 핑거푸드ⓒ 뉴스1
현지에서 소량 생산하는 프로세코 와인ⓒ 뉴스1

루가노 와인&미식 투어를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이드 동행 여부에 따라 나뉜다. 예약은 루가노 공식 홈페이지 또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OTA)에서 쉽게할 수 있다.

투어는 현지인이 엄선한 다섯개의 식당을 찾아다니며 와인 또는 음료와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는 방식이다.

코스에 포함하는 식당은 때때로 바뀌는데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베르나스코니 가스트로노미아'(Bernasconi Gastronomia)다. 100년 넘은 역사를 식당으로 현지에서 소량 생산하는 프로세코(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살루미를 포함한 핑거 푸드를 내놓는다.

루가노 와인&미식 투어를 하면 티치노에서 생산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뉴스1

다양한 종류의 현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는 '티치노 와이너리'(Vineria ticinese)가 있다.

호수에서 잡은 생선, 다양한 리소또, 폴렌타 요리 등 지역 특선 요리와 함께 와인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는 '안티카 오스테리아 델 포르토'(Antica osteria del porto)가 주로 꼽힌다.

루가노 와인&푸드 투어 가격은 가이드 비동행 기준 101달러(약 13만7000원)이다.

좁은 골목 사이로 보이는 마조레 호수ⓒ 뉴스1

◇스위스 속 지중해 휴양지

어느 이탈리아의 지중해 휴양지를 닮은 아스코나도 티치노의 대표 미식 도시다.

비록 이곳엔 해변은 없지만, 그 못지 않은 풍경의 마조레 호수가 있다. 여름엔 현지 사람들이 서핑, 요트 등을 즐기는 호수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자리한 알록달록한 건물 1층엔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가 있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엔 아기자기한 부티크와 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마조레 호수를 따라 알록달록한 건물이 자리해 있다ⓒ 뉴스1
현지 군밤 장수들이 하루 2000kg의 밤을 구워낸다ⓒ 뉴스1
아스코나 밤 축제에서 맛볼 수 있는 군밤과 군밤 젤라또ⓒ 뉴스1

아스코나에선 먹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풍경만 닮은게 아니라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아 현지 못지 않은 맛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한곳만 고를 수 없을 만큼 많다.

가을엔 아스코나의 하이라이트는 '밤 축제'다.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먹거리와 마실 거리를 판매하는 나무 가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다. 밤으로 만든 잼, 꿀, 케이크와 와인을 빠질 수 없는 축제의 주인공이다.

현지 군밤 장수들이 구워내는 총 2000㎏의 군밤에 작은 아스코나 마을은 더욱 구수해진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