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이면 오르는 '백록담'이 강원도에 있다?…인증샷 성지된 민둥산

강원 정선의 대표 가을 명소…전국 5대 억새 군락지
20·30대 사이서 '백록담' 닮은 '돌리네' 입소문

작은 백록담으로 불리는 정선 민둥산의 돌리네. ⓒ News1 윤슬빈 기자

(강원=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넉넉잡고 2~3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백록담'이 강원도에 있다. 정선에 자리한 민둥산 이야기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한라산 백록담을 빼다 닮은 민둥산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이 화제다.

작은 백록담 정체는 '돌리네'(doline)라는 석회암 함몰로 생긴 타원형의 웅덩이다. 민둥산이 자리한 발구덕 마을엔 여러 개의 돌리네가 있다. '발구덕'이라는 이름도 '8개의 구덩이(돌리네)가 있는 마을'을 뜻하는 '팔구덕'에서 변형됐다.

전제민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위원장은 "예전엔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왔지만, 최근엔 젊은층(20~30대)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온다"며 "지난해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에서 사진 콘테스트를 했는데 핸드폰으로 찍은 상당히 멋진 사진들이 대거 나왔다"고 말했다.

민둥산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지금이 적기다. 민둥산엔 돌리네보다 더 유명한 '억새'가 있어서다.

정상을 오르는 길에 마주한 갈대 물결. ⓒ News1
험준하진 않지만, 숨이 헐떡 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사가 꽤 있는 편이다. ⓒ News1

해발 1119m의 민둥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다.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8부 능선에서 산 정상까지 총 66만여㎡의 광활한 능선이 억새로 가득하다.

'민둥산'은 이름은 뜻 그대로 나무가 없는 산이다.

50여년 전까지 화전민들이 해마다 불을 놓아 야초나 잡목을 태우며 농사를 지은 산이었다. 1968년 전국에 '화전정리법'이 공포되면서 농사 지었던 자리에 억새가 자라나기 시작하면서 억새 군락을 이루게 된다.

정선군에선 민둥산의 억새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28년 전부터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를 개최하고 억새 보존회를 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3~4월에 새로운 억새를 식재하는 등 억새 보존을 위해 2억원 넘게 투입한다.

9월 중순엔 보랏빛 억새꽃을 만날 수 있다. ⓒ News1
끝없이 펼쳐진 억새. ⓒ News1

억새꽃은 네번에 걸쳐 색(초록~보라~은~흰)이 변하는데 9월 중순쯤이면 '보라색'다. 10월 중순이면 새하얗게 만개한다.

민둥산을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왕복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생각하면 된다.

오르는 등산 코스는 총 4가지다. △제1코스 '증산초교~쉼터~정상'(총 1시간 30분) △제2코스 '능전마을~발구덕~정상'(총 1시간 20분) △제3코스 '삼내약수~갈림길~정상'(총 2시간) △제4코스 '암약수~구슬동~갈림길'(총 3시간 50분) 등이 있다.

가장 많이 오르는 코스가 1, 2코스다. 코스마다 갈라진 길에서 '완경사'와 '급경사'를 골라서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마주하는 풍경은 저절로 사진을 찍게 만든다. ⓒ News1
정상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능선을 배경 삼아 쉬고 있는 등산객들. ⓒ News1

민둥산을 다 즐기고 내려오면 민둥산 운동장(공용주차장)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가 지난 22일부터 오는 11월5일까지 열린다.

축제의 성공과 남면의 번영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시작으로 연예인 축하 공연, 가요제, 학생 트로트 대회, 억새꽃 사진 콘테스트 등의 행사가 이어진다.

이색적인 볼거리로는 '꿀 빨리 먹기 대회'로 매주 주말에 열린다. 빨대로 꿀을 빨리 빨아 먹는 참가자에게 정선에서 채취한 '천연 꿀'을 경품으로 증정한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