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마루타 체험이 지역 축제에?…일제 침략 미화 콘텐츠 재점화

울산 태화강 대숲 납량축제, 731부대 체험 코스 논란
인증샷 명소로 일본풍 국내 관광지는 인기

'제16회 태화강 대숲납량축제' 포스터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신민경 기자 = 울산 태화강 대숲에서 열릴 한 호러체험 축제가 개최를 앞두고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731부대를 체험 코스로 사용해 논란인 가운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재팬'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731 부대 체험 코스 재현 했다가 변경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따르면 최근 울산연극협회는 다음 달 11일부터 14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야외 공연장에서 '울산 태화강 대숲 납량축제'를 개최한다고 홍보에 나섰다. 태화강은 울산광역시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이 축제는 시가 후원한다.

해당 축제의 대표 행사는 호러 트레킹으로 공포를 소재로 한 테마별 네 가지 코스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여기서 731부대 코스가 문제가 됐다.

731부대는 중국 하얼빈에 있던 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로 1936년에서 1945년 여름까지 전쟁 포로 및 기타 구속된 사람을 대상으로 각종 세균 실험과 약물 실험 등을 자행했다.

해당 생체 실험에 최소 3000여 명의 한국인·중국인·러시아인·몽골인 등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논란이 일자 주최측인 울산연극협회는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후원에 참여한 울산광역시 측은 "축제와 관련해서 큰 틀에서 내용만 알고 있었고 세부적인 코스를 듣지 못했다"며 "어제 인지하고 코스를 삭제하라고 요청해서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반복돼선 안 돼, 핑계 대지 말아야"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당 축제 주최 측을 향해 "절대로 업체 핑계를 대지 말라"며 일갈했다.

서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 "선공개된 홍보 파일을 보면 주최 측이 '731부대'에 대해 인지하지 못 한 건 아닌 거 같다"며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인체 실험 및 세균 실험과 약물 실험 등이 이루어짐'이라는 내용을 버젓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지적헀다.

그러면서 "더이상 지역 축제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주최 측은 절대로 업체 핑계대지 말고 큰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덕수궁 돌담길 등 중구 정동 일대에서 개최한 '정동야행' 행사에서 일본 천황(일왕)·헌병 의상 등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진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대행업체의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묻겠다"며 업체 측 잘못이었음을 밝혔다.

일본식 테마파크형 니지모리 스튜디오(니지모리 스튜디오 제공)

◇일본풍 테마파크·숙소는 인기

일본 테마로한 국내 관광지들은 논쟁 속 인기를 끌고 있다. 가볍게 하나의 여행 체험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아니면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는 콘텐츠로 봐야 할지 논쟁 거리다.

경북 포항시가 조성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본 기모노를 입고 일제강점기 문화를 즐기는 관광 상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포항시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었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역사교육과 관광 자원 마련을 위해 2010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가옥들을 포항시가 매입해 조성한 거리다. 논란은 '역사현장교육'이란 최초 목적과 달리 일제 강점기 시대가 미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기됐다.

최근에 생긴 일본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경기 동두천의 '니지모리 스튜디오'와 경북 경주 '토모노야호텔&료칸' 등은 MZ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드라마와 영화를 위해 지어진 오픈 세트장으로 '일본에 가지 않아도 일본의 느낌 또는 개화기의 느낌을 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