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월클'로 통한다…MZ세대 여행 가이드 정체는?

[여행 라이브] 비공식 한국여행 홍보 대사 최재효 씨
에어비앤비 한국 체험 호스트 1위,170만 틱톡커

편집자주 ...'여행'만큼 설레는 단어도 드물다. 일상에서 열심히 일한 뒤, 국내 및 해외로 떠나는 여행은 준비할 때부터 흥을 돋운다. [여행 라이브]에서는 여행의 새 트렌드는 물론, 여행업계 핫이슈, 화제의 인물, 동정 등 다양한 소식을 '라이브'하게 전한다.

광장시장에서 한국여행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과 최재효 씨(본인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오직 제이(Jae)를 보기 위해 한국여행 왔습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알아주는 '월클' 여행 가이드가 있다. 에어비앤비 최다 외국인 리뷰 한국 체험 호스트, 170만 팔로워 보유한 틱토커, 비대면 한국어 강사, 여행사 대표까지 수많은 수식어를 보유한 최재효씨(33)다. 그는 1991년생으로 소위 말하는 MZ세대다. 그래서일까. 기존의 것을 탈피하고 개성 넘치는 그의 한국여행은 외국인 여행객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2018년부터 에어비앤비에서 선보인 시장 투어는 2000개 넘는 후기가 달렸는데, 대부분(5개가량 제외) 별점 5개 만점에 5개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 2020년 2월엔 에어비앤비가 전 세계 호스트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크쇼에 아시아 최초로 초청받기도 했다.

또 지난해엔 그가 차린 여행사에서 선보인 9일짜리 한국여행 상품인 '익스피어리언스 리얼 코리아'(진짜 한국 경험)는 공개 후 빠른 시간 내에 마감했다. 실제 참가 외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이 그를 보기 위해 신청했다고 한다.

202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에어비앤비 토크쇼

◇ 비전문가가 '월클 여행 가이드'가 된 비결은

최 씨는 여행업 비전문가다. 기껏해야 6개월 정도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 영업을 맡았던 게 전부다.

울산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입대한 군대에서 세계여행을 꿈꿨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제대 후 바로 일용직을 하며 비행기값을 모아 대책 없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리고 4년 넘게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엔 영어를 아예 할 줄 몰랐다고 한다. 식당에서 접시 닦는 일,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호텔리어로 일하며 돈을 모아 여행자 숙소(백패커스)에 장기 투숙을 했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영어와 각국의 문화를 배우게 됐다.

최 씨는 "숙소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의 나라가 궁금하게 됐고 실제 그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생활이 길어지게 됐다"며 "그 시간들은 내가 특히 '다른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연한 기회에 평창 올림픽때 외국계 여행사에 3개월 정도 일하게 되면서 여행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심이 생겼다"며 "그래서 첫 직장 생활로 여기어때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 영업을 하게 됐는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보통의 직장 생활이었다"고 했다.

아쉬움을 안은 채 직장 생활 중인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 에어비앤비 체험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그는 부업으로 야간 시장(오후 8~10시) 체험 호스트를 도전한다. 당시 시장 투어에 대한 외국인 수요는 많았지만, 운영 중인 투어가 없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외국인 여행객이 몰리게 됐다. 그렇게 그는 2019년에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본업으로 전환하게 된다.

광장시장에서 시장 음식을 체험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모습

◇ 될놈은 된다?…위기였던 코로나가 기회였다

"'여행'이라는 것은 생각하면 심플해요. 좋은 사람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되죠."

그가 외국 생활로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시장 체험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해외여행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 '현지 분위기'를 한껏 즐기게 했다. 시장에서 다양한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교류의 장을 마련해주고 다채로운 음식을 짧은 음식으로 맛볼 수 있도록 사전에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준비했다.

그렇게 에어비앤비 최다 외국인 리뷰 체험 호스트로 인정받으며 앞길이 승승장구했던 그때 코로나19가 덮친다. 갑작스레 백수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던 최 씨는 전 세계에서 한류 콘텐츠가 각광받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서둘러 외국인 취향에 맞는 '한국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 콘텐츠가 해외 틱톡과 유튜브에서 뜨게 된다.

최 씨는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한국어를 배울 것이고 이들이 곧 잠재 여행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2년 정도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는데, 그게 알고리즘 선택을 받아서인지 대박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후 팔로워들의 요청에 화상채팅 서비스 줌(Zoom)에서 한국어 그룹 수업을 열었다. 이 수업은 시간이 지나 하나의 한국여행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가 됐고 최 씨가 2021년 여행사를 설립한 데 큰 계기가 된다.

경주 일정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최재효 씨

◇ 외국인에게 가장 큰 한국의 매력

2021년에 여행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가을에 8박 9일의 한국여행 일주 상품을 선보였다. 3000달러(371만원)을 호가하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상품이 올라가자마자 매진됐다. 총 16명을 모객했는데 그중 10명은 그의 한국어 수업 수강생들이었다. 올해는 봄에 2회를 포함해 총 6회 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 씨는 "'연결'에 초점을 둔 여행 상품으로 첫날 웰커밍 파티를 열고 여행객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매일 각종 분야의 한국인 전문가와 1~2회 액티비티 체험을 하게 했다"며 "그렇게 8박 9일간 여행객들은 8~9명의 한국인들과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했다.

그가 10년 넘게 외국인을 상대하면서 놀랐던 점은 그들이 말하는 한국여행의 매력이다. 다소 의외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그는 "항상 하는 말이 한국여행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며 "근데 가만히 보니 단체 활동에 있어서 소외되는 사람들 챙겨주고 으샤으샤하는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 넓고 흥이 많은 민족성을 외국인들이 봤을 때 큰 관광의 매력으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 '연결'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그의 궁극적인 꿈 역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이었다.

최 씨는 "사실 몇 년 뒤에 제 꿈은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지금 이 인터뷰 내용도 나중에 보면 창피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의 꿈은 대도시보단 소도시에서 외국인과 한국인, 외국인과 외국인을 연결해주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실현하는 것이에요. 연결 속에 가치를 믿거든요."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