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韓 25% 일단 제외에도 '첩첩산중'…보조금도 미지수

품목 관세 부과 가능성 남아 있어…"예측 불가 답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을 하며 한국 25% 등 세계 각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율을 설명하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에 대해 연설을 하며 한국 25% 등 세계 각국에 부과될 상호 관세율을 설명하고 있다. 2025.04.0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관세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품목 관세 지정 가능성이 남아있는 데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보조금 재협상을 공식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상호관세' 제외됐지만 품목 관세 지정 가능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와 철강 등 일부 품목은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품목은 언제든 품목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철강·알루미늄 제품은 지난달 1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3일부터 시행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의약품과 목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품목이기도 하다. 반도체는 상호관세 부담은 벗어났지만 품목 관세라는 또 다른 폭탄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관세를 물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해 왔고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로부터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미국 신규 투자를 끌어내기도 했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 비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호 관세보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상호관세는 추후 정부 간 후속 협상을 통해 세율 조정 가능성이 있는 까닭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반도체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할 수도 없고 품목 관세 가능성도 있으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호관세 폭풍은 잘 넘어갔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품목 관세를 추진할지도, 비율이 어떻게 할지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 발표 마친 트럼프, 이제는 보조금 재협상 추진 가능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지급을 트럼프 행정부에서 뒤집으려 하는 상황도 고심 거리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총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 2곳과 R&D 시설 1곳 등을 짓기로 하면서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으로부터 47억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과 R&D 시설 설립을 발표하면서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에 따른 보조금은 4억 5800만 달러로 결정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약속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지난달 초 미국에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한 사례를 따르기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투자한 주 정부나 정치인들이 보조금 지급을 지지하고 있어 이들의 행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미국 상무부와 기업 간의 계약이기에 법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변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 다음은 보조금 문제가 이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조금 지급에 대한 불합리성을 계속 언급하고 있는데 예측을 전혀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