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오스탈 재인수' 왜?…상선 이어 美에 군함 생산기지 확보
직간접 방식 지분 19.9% 취득…오스탈 최대 주주로
美 현지에 조선소…"트럼프 정권서 영민한 선택"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 업체 오스탈 재인수에 나선 것은 미국 방산시장 공략을 위해 군함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해군력 증강을 천명했고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지목해 왔다.
한화는 앞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상선 생산기지를 확보한 만큼 군함부터 군수지원함까지 모두 미국 내에서 건조가 가능하다.
1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시스템(272210)은 지난 17일 현지 법인(HAA No.1)을 통해 장외거래로 호주 방산·조선업체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했다.
또한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도 체결했다. 직·간접적 방식으로 19.9%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란 게 한화 측 설명이다.
한화는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에 19.9% 지분 투자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호주 상법상 해외 투자자가 현지 회사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FIRB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FIRB가 투자를 승인할 경우 지분 20%가량을 확보한 한화그룹은 오스탈의 최대 주주가 된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조선·방산 분야의 키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과거에도 10억 2000만 호주 달러(약 9300억 원)를 제안하며 오스탈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화오션(042660)은 공시를 통해 오스탈 경영진, 이사회와의 딜(거래) 관련 협의를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화오션은 "합리적인 조건으로 오스탈 실사를 진행할 방안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인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사회, 경영진의 비협조로 협상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경영진과의 협상에 실패하자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향후 경영권 확보 등 영향력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화그룹이 협상에 실패한 오스탈 재인수에 나선 까닭은 미국을 중심으로 방산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내 조선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최근에는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업 관련 부서를 만들고 특별 세금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함정을 동맹국이 건조할 수 있게 하는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을 발의한 바 있다. 그간 함정을 반드시 자국 내에서 건조하도록 강제해 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닫혀 있던 함정 건조 기회의 문이 국내 조선업체들에도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해 이런 기회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게 한화그룹 측 전략인 셈이다.
오스탈은 호주뿐 아니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도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 해군 4대 핵심 공급업체로, 미국 내에선 소형 수상함과 군수지원함에서 시장 점유율 40~60%를 유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앞서 지난해 6월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들여 미국 필리조선소도 인수한 바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상선, 미국 오스탈은 군함 건조를 위한 야드로 활용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오스탈 지분 인수는 미국 특수선 사업에 대한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병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협상가인 트럼프 정권하에서 영민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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