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장덕현 "워치용 소형 전고체 전지 시제품 올해 공급"

(라스베이거스=뉴스1) 김재현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장덕현 삼성전기(009150) 대표이사 사장은 8일(현지 시각) "전자산업은 모바일 중심의 'IT 플랫폼 1.0'을 지나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주도하는 'IT 플랫폼 2.0'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되어야 가능하고, 이 분야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기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라며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 주제는 '미래를 그리다, 삼성전기 'Mi-RAE'(미래) 신사업'이다. 삼성전기는 AI 시대 핵심 먹을거리로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AI·서버(AI·Server) △에너지(Energy)의 앞 글자를 딴 '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 사장은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신사업 프로젝트 중 △소형 전고체 전지 △실리콘 캐퍼시터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글라스 기판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을 소개했다.

삼성전기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다.

삼성전기가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전지는 재료의 안정성이 높은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산화물계)을 사용했다. 덕분에 평면·다각형·곡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고 초소형 크기로도 구현할 수 있다. 폭발 위험도 적다.

웨어러블 기기 등 소형 IT 기기에 쓰이는 리튬 전지를 대체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의 전고체 전지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밀도와 용량 특성을 확보했다"며 "시제품도 현재 있는 상태이며 몇몇 고객사와 논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양산 설비를 투자하고 내년 이후 양산을 통해 적용 제품들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버·AI 등 고성능 컴퓨팅에 필수인 실리콘 커패시터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고 올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용과 AI서버용 실리콘 커패시터를 양산할 계획이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커패시터다.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얇게 설계할 수 있고,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가까이 위치할 수 있어 고속 데이터 전송에 유리하다. 작은 크기에도 높은 저장 용량과 고온, 고압 등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도 순항 중이다. 삼성전기는 하이엔드 스마트폰 카메라 등 IT용 기기에서 축적한 렌즈·광학 설계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대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유리 렌즈의 장점을 결합한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도 개발했다. 하이브리드 렌즈는 고온, 흠집 등 변형에 강하고, 카메라의 소형화·경량화에도 유리하다.

올해부터 SVM(서라운드 뷰 모니터링), DMS(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는 글라스(유리) 기판은 올해 고객사 샘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어(Core)를 플라스틱에서 유리 재질로 바꾼 글라스 기판은 온도에 따른 변형이 적고 신호 특성이 우수하다. 미세화·대면적화에도 유리해 서버 CPU, AI 가속기 등 하이엔드 제품에 최적화돼 있다.

삼성전기는 미래형 그린 에너지 기술인 SOEC와 SOFC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SOEC는 MLCC 원재료인 세라믹 기반으로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SOFC는 SOEC의 역방향으로 가동해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플랫폼인 휴머노이드도 대응한다. 삼성전기는 광학 설계, 정밀가공, 구동 제어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스템·AI 데이터 처리를 위한 패키지기판, MLCC와 센싱을 위한 카메라모듈, 전원공급 및 구동 기술을 적용한 액추에이터 등이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는 AI/서버, 전장, 에너지, 로봇 분야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해 미래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