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젤차 멸종 수순…지난해 판매 비중 8.7% '첫 한자릿수'

지난해 14.3만대로 전년대비 '반토막'…2015년엔 52.5%까지 차지
환경규제로 포터·봉고 디젤 단종 영향…SUV 디젤도 하이브리드가 대체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잠원IC 인근에서 차량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2024.9.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유(디젤)차 판매 비중이 8%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경유차 판매 비중이 한 자릿수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자동차 업계는 포터, 봉고 등 소형 상용차의 디젤 모델 판매가 중단된 결과라며 경유 차량은 신차 출시도 사실상 없어 시장에서 존재감은 더 줄 것으로 전망했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와 상용차를 합한 자동차의 신차등록 대수는 163만 8506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승용차가 143만 9310대, 상용차가 19만 9196대로 각각 1년 전보다 4.5%, 18.6% 줄었다.

차량 연료별로 보면 액화석유가스(LPG)와 하이브리드는 증가했고, 경유는 감소했다.

특히 경유차 판매는 지난해 14만 3134대로, 2023년 30만 8708대보다 53.6% 급감했다. 전체 시장에서 판매 비중도 8.7%로 전년(17.6%) 대비 반토막이 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경유차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전성시대를 누렸다. 연간 신차등록 대수가 90만 대 안팎을 기록하며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고, 2015년의 경우 비중이 52.5%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와 디젤게이트 등 여파를 겪으며 판매 비중은 서서히 낮아졌고 지난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우하향 곡선을 그렸던 경유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정부 규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환경개선특별법을 실시했다. 이 법에 따라 1톤 경유 트럭의 신규 등록이 금지됐고, 어린이 통학버스나 택배용 경유차 사용도 불가능해졌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포터2와 봉고3 경유 모델을 단종했고 대신 LPG 모델을 출시했다. LPG차 판매 비중이 2023년 3.8%에서 2024년 9.8%로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역시 대기환경개선특별법 영향이다.

업계는 경유차 시장은 일부 상용차 모델을 제외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모습을 감출 것으로 전망했다.

승용차 시장은 일부 유럽계 수입차 브랜드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디젤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수입차의 디젤 모델 판매량은 7521대로 1년 전 2만 2354대보다 66% 감소했다.

국산차는 신차 출시 라인업에서 디젤 모델을 제외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최근 출시한 3세대 완전변경 팰리세이드에서 디젤 모델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다. 투싼 디젤 모델도 지난해 말 단산 수순에 들어갔다. 기아(000270)는 스포티지 5세대 부분변경 모델에서 디젤 모델을 제외했고. 올해 출시 예정인 픽업트럭 타스만은 국내서 가솔린 모델만 판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SUV를 중심으로 디젤 수요가 있었지만, 친환경을 고려한 소비자 요구와 기술 개발 등으로 하이브리드차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상용차는 LPG가, 승용차는 하이브리드가 디젤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가 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 모터쇼’ 보도발표회에서 브랜드 최초의 픽업트럭 '타스만'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기아 제공) 2024.10.29/뉴스1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