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게 해주는 AI 로봇"…한중일 '웨어러블 삼국지'[CES 현장]

1.6㎏ 로봇 입고 걷자 "와!"…일상보조 웨어러블 기기 '속속'
CES 화두 떠오른 '일상 속 AI'…"우리가 최고" 각축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베네치안 엑스포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위로보틱스가 만든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왼쪽)가 중국 스타트업 하이퍼쉘이 선보인 세계 최초 야외용 강화외골격(엑소스켈레톤) '카본 엑스'(X)(오른쪽)을 체험하고 있다. 2025.1.7/뉴스1 최동현 기자

(라스베이거스=뉴스1) 최동현 기자 = "무릎이 저절로 올라가네?"

벨트처럼 생긴 밴드를 골반에 감고 양쪽 허벅지에 로봇 보조기를 찼다. 배꼽 아래 네모난 본체의 버튼을 누르자 불빛이 들어오며 몸을 감듯이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걸음을 내딛자 다리가 쭉 뻗어진다.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성큼성큼 걷게 해주는 이 장치는 한국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만든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막을 올린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올해 CES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웨어러블 로봇을 놓고 세계 각국의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지난해 'AI의 가능성'에 초점이 찍혔다면, 올해는 AI가 일상 속에 얼마나 스며들었는지를 따져보는 '실용 AI'가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윔'은 지난해 출시 후 2년 연속 CES 혁신상을 거머쥔 '라이징스타'다. 로봇을 장착하고 '보행 보조 모드'로 걸으면 AI가 몸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다리를 들어 올려 주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도 쉽게 걷거나 오를 수 있다. '운동 모드'를 누르면 반대로 로봇이 다리에 압력을 가해 마치 물속을 걷는 듯 저항감이 느껴졌다. 무게 1.6㎏에 불과해 부담도 적다.

위로보틱스 부스에는 CES 개막 첫날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시착해보려는 인파가 몰리며 대기 줄이 생겼다. 윔을 부착하고 걸음을 내딛는 관람객마다 탄성을 연발했다. 위로보틱스 관계자는 "AI가 움직임을 인식해 지형에 따라 알맞은 힘을 가해준다"며 "강제로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걸음만 보조하도록 설계된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위로보틱스는 올해 5월부터 북미 시장에 출시된다. 가격은 국내와 비슷한 2500달러(약 360만 원)이다. 향후 호주, 독일, 일본, 중국으로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이연백 위로보틱스 공동대표는 "웨어러블 로봇이 일상에 적용되려면 탈부착이 편해야 하고, 어느 체형이든 맞춤형이 돼야 한다"며 "경쟁사가 많지만 아직 윔만큼 강점을 가진 웨어러블 로봇은 없다"고 자부했다.

일본 스타트업 바이오닉엠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인 로봇 의족 '바이오 레그'(Bio Leg). 인공지능(AI)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알맞은 힘을 가해준다. 2025.1.7/뉴스1 최동현 기자

중국, 일본, 미국 등 각국 기업들도 웨어러블 로봇을 내세우며 각축전을 벌였다.

중국 스타트업 하이퍼쉘은 세계 최초 야외용 강화외골격(엑소스켈레톤) '카본 엑스'(X)를 출품해 CES 최고혁신상을 탔다. 윔과 비슷한 방식으로 로봇·인체 공학과 AI 모션 엔진을 결합한 최대 800와트(W) 출력 모터가 걸음을 보조한다. 한 관람객은 카본 엑스를 장착하고 뜀뛰기를 하더니 "다리가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미국 기업 바이오모텀과 캐나다 휴먼인모션로보틱스는 환자의 재활을 맞춤형으로 돕는 외골격 로봇 '스파크'와 'XO모션'(XoMotion)을 선보였다. 일상 속 신체 활동을 보조하는 윔이나 카본 엑스와 달리 '의료용'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척수 손상이나 뇌졸중으로 장애를 가진 환자가 스스로 서고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본 스타트업 바이오닉엠은 로봇 의족 '바이오 레그'(Bio Leg)를 선보여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무릎을 절단한 환자를 위해 발명된 웨어러블로, AI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알맞은 힘을 가해준다.

바이오 레그는 지난해 8월 미국 시장에 첫 판매를 시작했다. 2만 9800달러(약 4300만 원)의 고가에도 4개월여 만에 30대가 판매되며 호응을 받았다. 바이오닉엠 관계자인 스티븐 곤살레스는 "경쟁사 두 곳이 비슷한 디바이스를 내놨지만, 모터와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향후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