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20년' 도약 기대 온데간데…"신뢰회복 첫걸음 다시 떼야"

국내 LCC, 국내선·국제선 이용객 양대 FSC 앞서…9개사 경쟁 '세계 최다'
장거리 취항·인수합병 활성화 등 기대 컸는데…'안전 우려' 최대 과제로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여객기가 추락해 사고 수습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7분쯤 승객과 승무원 181명을 태운 태국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공항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에 부딪혀 폭발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20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LCC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장거리 노선 확보, 항공 업계 재편 속 새로운 도약을 기대했던 LCC 업계는 당장 자신들을 향한 불신을 걷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 산업은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후 20년 동안 성장을 거듭했다. 국내 LCC 사업자는 우리보다 국토 면적이 98배 넓은 미국과 같은 9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사업 초기 가격이 저렴한 탓에 안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대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를 공략했고, 일본 등 근거리 국제선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고객을 늘려갔다.

국내선 이용객은 LCC가 FSC를 앞지른 지 오래다. 지난해 1~11월 국내선 이용객의 65%는 LCC를 이용했다. 같은 기간 국제선 이용객 비율도 LCC가 35.3%를 기록하며 34.6%의 FSC에 앞섰다. 2023년 연간 매출 1조 원을 넘겼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급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20년간 가파르게 성장한 LCC 업계는 올해 더 큰 도약을 꿈꿨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속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및 미국 노선 일부를 취항하며 장거리 노선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3사의 통합이 예고되며 활발한 M&A(인수합병)도 기대됐다. 3개가 통합하면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넘어선다.

이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설,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인수설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활발한 인수합병이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 등 LCC업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업계의 기대는 위기로 바뀐 상황이다. 당장 LCC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아직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LCC 사업 초기부터 있었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이번 사고로 또다시 소비자에게 인식되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난 LCC 업체, LCC의 정비비용이 FSC에 비해 적은 반면 운항 횟수는 많은 점 등이 소비자 불안을 더하고 있다. 실제 지난 사고 이후 제주항공의 예약 취소 건수가 6만 건이 넘는다.

제주항공을 두고 예약취소로 인한 유동성 위기설도 나온다. 제주항공 측은 예약취소와 함께 새로운 예약이 유입되고 있다며 위기설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년 3월까지 동계기간 운항량을 10~15% 감축하기로 하면서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LCC업계의 인수합병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당장 안전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안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 투자가 우선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pkb1@news1.kr